국민의힘이 종잡을 수 없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탈당을 기점으로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는 듯했지만 느닷없이 부정선거 영화 관람에 나서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로 선거 전략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비판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일체 의혹에 사과하며 윤 전 대통령과 부부와 절연을 시도했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한국사 강사 출신의 전한길 씨와 이영돈 PD가 제작 및 기획에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화 관람 뒤 “좋았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이 PD에게는 “다른 것보다 컴퓨터나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선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 아스팔트 지지층만이 열광하는 ‘부정선거론 띄우기’가 중도 확장을 제약하며 김문수 후보의 지지 기반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쇄신 기조를 앞세우며 ‘김문수 대 이재명’ 구도 확립에 안간힘 써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재등판으로 인해 선거 전략이 꼬이며 유권자들의 ‘윤석열 정권 심판론’ 심리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반발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제발 윤석열, 다시 구속해 주세요”라며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모바일 단체대화방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자중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면서 거리를 뒀다. 김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 계엄이라는 충격을 주셨다”며 “공개 활동을 하실 게 아니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도 열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일체의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을 정중히 사과한다”며 “깊이 반성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언급이 금기시됐던 김 여사 언행의 부주의함을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는 당내 요구를 수용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새 국면으로 나아가겠다는 지도부의 결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겠다는 지도부 차원의 의지 표현”이라며 “김 후보와 김 위원장이 각각 보수층,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역할 분담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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