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 분할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부문 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부 분할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삼성 반도체 역시 ‘한 지붕’ 밑에 설계·생산이 모두 있는 구조여서 이해 상충에 대한 고객사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서다. 파운드리 분할이 조(兆) 단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을 이끈 ‘이해 상충’ 이슈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만들고 있으며 연내 2㎚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에는 못 미치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2위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 중인데 항상 수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이나 수율 문제도 원인이지만 업계에서는 ‘이해 상충’을 주된 이유로 본다. DS 부문 내에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가 있다 보니 애플과 엔비디아·퀄컴 등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에 일감을 줄 경우 자칫 설계 노하우가 시스템LSI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분할은 수주 가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파운드리 분할은 수조 원대 적자 탈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분사 후 미국 나스닥 상장설이 종종 제기됐다. ‘이해 상충’ 이슈를 덜어낸 뒤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동원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면 적자 구조 탈피는 물론 상당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 또한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속적인 기술 부진과 수익 악화로 올 초부터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의 현미경 진단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경영진단이 막바지에 이르러 조만간 사업부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템LSI 사업부 처리 방안을 포함해 DS 부문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 분리 문제의 향방 역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우선 시스템LSI 사업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팀이 갤럭시 S25 등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기기를 생산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 편입될 가능성을 점친다. 이 경우 파운드리 분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다만 MX 사업부는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시스템LSI 사업부와의 결합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MX 사업부에 편입되지 않을 경우 다음으로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통합이다. 두 사업부는 2017년까지 한 사업부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한 최대 과제 중 하나는 2㎚ 이하 최첨단 공정 성공인데, 이를 위해 설계와 생산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업부 통합론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설계·생산 사업부를 통합하는 결론을 내릴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 분리 카드는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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