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대명사 격인 미국과 일본 국채의 ‘동시 발작’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였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1일 19개월 만에 5.1%를 돌파하고 일본의 30년·4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사상 최고로 치솟자 유럽 등 다른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환율·주가도 출렁이는 등 시장 전반에 파장이 일었다. 국채 ‘쇼크’의 근본 원인은 미일 양국의 재정 리스크다. 22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법안은 미국의 재정 적자를 향후 10년간 3조 8000억 달러가량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세수의 34%를 차지하는 소비세율 인하가 쟁점화하면서 이미 세계 최악 수준인 국가부채 확대에 대한 경각심이 투자자 이탈로 이어졌다.
미일 국채 불안은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당장 우리 국고채 금리와 환율·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자금 조달과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0%대’의 낮은 성장률이 예고된 가운데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 경기 여건도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23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미일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국내 영향을 점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에 예민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1%로 미국·일본보다 낮지만 안심할 수 없다.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불안을 차단하고 금리·환율시장 등을 안정시키려면 위기 전이를 막기 위한 든든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정부는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과 국고채 만기 분산 등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 리스크의 불길을 막고 재정 건전성 관리 의지를 보여 대외 신인도를 지켜야 한다. 대선 후보들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현금 지원 및 감세 공약 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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