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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정부 vs 기업·시장, 달랐던 李·金…청년고용 해법도 이견[분야별 공약 심층분석]

李 노란봉투법 입법…金, 주52시간제 완화

원·하청 격차완화 취지지만…교섭체계 혼란

주 4.5일제, 대기업만 쏠림…中企, 영향 밖

‘기업 숙원’ 52시간제…과로·건강 우려 나와

심각한 청년 고용…金, 기업 일자리에 무게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노동 공약은 각각 근로자와 기업에 ‘뿌리’를 둬 ‘양극단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권 강화를 약속한 이 후보는 노동계 숙원인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입법과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 4.5일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김 후보는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완화를 통해 기업 경영 활로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두 후보는 이 같은 노동 인식 차가 청년고용 해법까지 이어졌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은 하청 근로자의 원청과 교섭권을 강화하고 과도한 노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막는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은 임금 양극화를 해결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노동계가 숙원처럼 여긴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원청 근로자에 크게 못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여 하청 파업도 줄 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노동계 예상과 정반대로 큰 혼란을 조장할 것이라고 반대한다. 대기업의 경우 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 노동조합과 교섭을 요구 받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법리대로라면 원청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까지 하청의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영계는 수많은 하청 교섭이 깨지면 파업 유인도 높아져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후보의 주 4.5일제 도입도 노사 찬반이 극명하게 나뉜 논쟁적 공약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근로시간을 감축하겠다’면서 주 4.5일제를 제안했다. 이미 민주당 의원들은 법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주 4.5일제는 도입할 수 있는 기업들이 적다는 점, 임근 손실없이 근로시간이 주는 만큼 노동생산성도 낮아지는 점이 공약 효과와 실행 여부에 의구심을 키운다. 현재 주 4.5일제를 도입한 대기업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하지만 유연근무제인 탄력·선택·재량근로제의 기업 도입율은 5%도 안 된다. 특히 2023년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20% 낮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성과 보다 연공에 따라 임금이 급격하게 오르고 기업 규모에 따른 이익 격차가 크다. 제도적으로는 근로자 해고나 전직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생산성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 5일제 도입 후 기업은 근로시간 관리가 고도화됐다”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만으로 추가적인 생산성이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공약인 주 52시간제 완화는 경영계가 ‘과도한 규제’라면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중소기업 인력난, 기업 경쟁력 약화, 근로소득 부족, 집중 근로 불가 등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경영계는 호소한다. 김 후보도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주 52시간제 예외를 담은 반도체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주 52시간제 완화는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고 건강권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주 52시간제를 완화하는 방향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폐기된 배경이다.

김 후보의 중대재해법을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경영계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 대책으로 꼽는다. 기업들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사망 산업재해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처벌로 지우는 법리가 과도하다고 법 개선을 호소해왔다. 노동계에서는 산재가 빈번하고 수직계열화 산업 구조에서 기업 스스로 사고 예방 의식을 높이려면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두 후보의 다른 노동 공약들도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 ‘풍선효과’처럼 노동 시장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후보가 약속한 법정 정년 연장은 대기업·공공 부문만 혜택을 받고 청년 일자리 부족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정년 연장이 되면 기업마다 고령자 고용 비용이 늘어나면서 청년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주장한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퇴직 후 재고용처럼 기업 스스로 고령자 고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퇴직 후 재고용은 고령자 고용불안, 임금 삭감이 해결 과제다.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노동에 대한 상반된 관점은 청년 고용 분야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청년 고용은 장기적인 취업자 감소와 쉬었음 급증, 장기 실업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후보는 정부가, 김 후보는 기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청년 고용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10대 공약을 보면 청년 고용과 연결할 수 있는 공약은 군복무 경력 호봉 반영, 구직활동 지원금 확대, 글로벌 기업의 채용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 확산이다. 이 후보는 청년에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기 보다 청년 자산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김 후보는 청년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가 조성될 인프라 조성에 관한 공약까지 내놨다. 10대 공약에는 대기업 신입 공채 장려, 창업 지원, 인공지능(AI )인재와 수출무역전문인력 30만 명 양성이 채택됐다. 하지만 이미 신입에서 경력으로, 공채에서 수시로 바뀐 대기업 채용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 구체적인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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