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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로에너지' 유예 없다…"국민평형 공사비 600만 원 오를 것"

정부, ZEB 5등급 의무화 위한 규제 심사 마무리 단계

6월 말부터 민간 아파트 에너지 자립률 13~17%로 높여야

시공비 상승에 분양가 인상…서울 1㎡당 2000만 가능성도

중소 건설사 수익성 악화 심각해질 듯… "원가율 급등할 것"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 1등급을 획득한 공공건축물인 왕배푸른숲도서관(왼쪽 사진). 연합뉴스




다음 달 말부터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민주택형(전용 84㎡)의 건설 비용이 600만 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에너지 자립률 수준을 10% 미만 등으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환경규제를 추가로 유예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규제 강화로 시공 비용이 상승하면서 중소형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000㎡ 이상의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의 민간 공동주택에 ZEB 5등급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를 마무리 중이다. 당초 정부는 ZEB 5등급 적용을 지난해 초 시행하려 했으나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 건설업계 부담이 커지면서 시행을 1년 반 유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제도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더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ZEB 5등급 설계가 의무화되면 민간 아파트에 대한 에너지 자립률을 13~17%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에너지 자립률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즉 아파트 전력 소비량 중 13~17%를 태양광 설비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생산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열 손실 등을 줄이기 위해서 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기밀 성능의 고급 자재도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5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주택 건설비용이 전용 84㎡ 기준 가구당 약 130만원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는데, 건설업계의 추계 비용은 이보다 4배 이상 높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계산한 것은 단순 자재비 위주의 계산으로 보인다”며 “시공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520~650만 원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높은 고층빌딩의 경우 옥상 태양열 면적이 상대적으로 줄다 보니 벽면에 건물일체형 태양광설비(BIPV) 패널 등을 붙여야 하는데, 이는 시공 난도가 높아 비용이 상승한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도 “건물 외장재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가볍고 충격에 강한 특성을 갖도록 특수 제작해야 한다”며 “모듈 크기, 설치 각도, 면적, 전체적인 조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해 설계와 시공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ZEB 5등급 의무화 제도 시행을 강행하면 건설사 중 상당수는 시공비를 분양가에 전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분양가 상승으로 수분양자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1㎡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575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8% 상승했다. 서울은 1376만 원으로 전년보다 16.94% 상승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로 인해 서울의 경우 1㎡ 분양가가 2000만 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로에너지 설치 비용의 약 67%는 분양가 가산비에 인정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소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보다 12.2%(7조 9000억 원)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분기(-17.7%)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 때문에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등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올 들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건설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경 규제로 시공 비용이 인상될 경우 중소형 건설사들은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공평가 순위 상위권 건설사들은 현재도 단열 등에 고급 건자재를 사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며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공사원가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선 제로에너지 기준 제도가 정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거주자들의 비용이 절감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ZEB 5등급 설계가 확산하면 규모의 경제로 중장기 추가 공사비는 하락할 것”이라며 “전기수요를 자체 생산한 전기로 충당할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어 분양가가 일부 상승하더라도 주택 수요자의 체감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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