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학과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27일 열린 ‘서울포럼 2025’에서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대격변의 시대를 관통할 대한민국 생존 전략이 제시됐다. ‘더 빨라지는 미래, 피지컬 AI가 온다’를 주요 내용으로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여준구 대동로보틱스 대표는 “AI와 물리적 공간이 연결되면 우리 사회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 대표는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의 융합 방향을 제시한 뒤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조선·철강·2차전지·농업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AI 로봇을 접목하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지컬 AI’ 시대는 열렸지만 아직 한국은 기술력, 산업 생태계, 글로벌 전략에서 AI 선도국들과의 격차가 크다. 특히 스타트업 기반이 취약해 기술을 제품화하거나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생태계가 턱없이 부족하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과감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울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지난 20년간 정부 지원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해 로봇 산업 등이 중국에 뒤처진 현실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추진한 지 10년 만에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규제 완화와 인재 양성, 세제·예산 기반의 대규모 보조금 등 범국가적 성장 전략으로 눈부신 성과를 낸 중국을 본받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AI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성장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막대한 재원 투입만을 약속하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치고 있을 뿐 생태계 조성이나 산업 전략, 정책 지원은 태부족하다. 새 정부는 AI 강국 도약을 위해 대통령실에 AI 등 신산업 담당 수석을 신설하고 현장 전문가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또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범국가적 AI 생태계 로드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 로드맵에는 규제 혁파, 세제·예산·금융 등의 전방위적 지원과 초격차 기술 개발, 인재 육성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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