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이재명 후보를 바짝 뒤쫓았지만 격차의 폭을 놓고 봤을 때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를 처음 앞섰다. 다만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실제 대선은 양자 대결이 아닌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마지막까지 단일화 가능성과 이준석 후보의 TV토론 논란이 향후 선거 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모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51%, 김 후보는 45%로 6%포인트 차이가 났다. 6~7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37%로 54%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에 17%포인트 뒤졌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격차를 좁혀 나가는 양상이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상승 폭은 더 컸다.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 시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43%로 이재명 후보(48%)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4%, 29%로 25%포인트가 벌어졌지만 약 3주 만에 이를 5%포인트로 줄인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6%포인트인 김 후보보다도 1%포인트 더 차이를 좁혔다.
이준석 후보, 김 후보의 상승세는 중도 표심이 움직인 결과로 풀이된다. 직전 조사에서 자신이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23%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42%까지 올랐다.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중도층도 지난 조사에서 23%였지만 이번에는 38%까지 상승했다.
다만 이 같은 일대일 양자 구도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거나 둘 중 한 명이 사퇴했을 때 성사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준석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사실상 단일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단일화 시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준석 후보는 사전투표 하루 전인 이날도 “단일화는 애초에 염두에 둔 적도 없다”고 다시 못 박았다.
실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두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좋겠다’는 응답이 40%,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38%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59%가 단일화에 찬성했지만 진보층에서는 찬성 응답이 20%에 불과했다.
단일화를 할 경우 선호 인물로는 김 후보가 52%로, 이준석 후보(31%)를 크게 앞질렀다. 양자 대결에서는 두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보수층에서 김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단일 후보로 김 후보가 적절하다고 본 비율은 74%에 달했고 이준석 후보는 19%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지지(48%)가 이준석 후보(31%)를 앞섰고, 진보층에서는 이준석 후보(45%)가 김 후보(36%)를 앞섰다.
본 투표까지 1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막판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전날 TV 토론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 표현을 썼다는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원래 유권자들은 선거 막바지가 되면 사표 심리 때문에 거대 정당으로 표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준석 후보의 발언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이탈이 추가로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도층 표심의 추이를 봤을 때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우위에 있는 현 구도가 크게 뒤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경제·한국갤럽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9.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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