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로 확정된 첫 한미 정상회담은 통상과 안보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타결된 관세 협상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에 추가적인 대미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 민감한 안보 의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에 맞설 협상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확정 소식을 알리며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경제협력 방안은 지난달 31일 타결된 관세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협상에서 합의된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 1500억 달러 조선 협력 펀드 등의 세부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관세 협상 결과 발표 당시 양국의 해석이 엇갈린 부분을 명확히 하는 절차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서 수익 배분에 대해 미국 정부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재투자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펀드의 직접 투자 및 대출, 보증 비율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이에 대한 조율도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 기업들의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반도체·배터리·조선업 등 제조업을 요구한 가운데 해당 기업들의 미국 내 추가 생산기지 건설 등이 언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일환인 1500억 달러 조선 협력 펀드를 놓고서는 선박 건조 방식, 공급망 구축, 유지·보수·정비(MRO) 등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 협상 비관세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꼽힌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미국 측의 공세도 점쳐진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 청구서다. 관세 협상 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같이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안보 의제들이 수차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이 관세 협상 당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3.8%로 국방 지출을 증액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기준 GDP의 2.3%다. 또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을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 표명도 요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8일 주한미군에 대해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능력”이라고 밝히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괄하는 안보 의제를 들고나올 경우 이 대통령도 국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그랜드 구상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국방비 지출을 늘리더라도 대북 정보 감시 역량을 높일 대안을 요구하거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반대급부로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전후해 가능성이 제기된 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올 6월) 정상 통화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을 통해) 셔틀외교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구체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고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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