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국과 인도로 확대해 다변화해야 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불확실한 관세정책으로 올해 들어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을 중심으로 한 기존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29일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연 ‘2025 글로벌 자산배분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중국과 인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지금이야말로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과 인도로 옮겨진 글로벌 혁신 축을 반영한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환기의 자산배분전략’ 강연에서 “달러 움직임이 자산 배분 방향성을 결정한다”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당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글로벌 분산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인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AI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 주식이 더 이상 고평가받기는 어려워졌다고 박 센터장은 진단했다.
인도는 매년 10%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분산투자 대안처로 주목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올해 유망 종목으로 글로벌 AI, 방산, 원전, 뷰티테크를 꼽았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국 채권이나 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전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같은 글로벌 1등 기업이 중국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무는 “중국은 부동산 보유세나 상속세 등이 없다 보니 기업가 인센티브가 풍부한 편”이라며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비야디·샤오미·CATL(닝더스다이)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거 등장해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 30년간 인도 주식시장은 무려 730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과 세계 최대 규모의 젊은 인재풀,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84%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된 인도는 미중 패권 경쟁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반사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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