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 의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 외국인투자가의 이자·배당소득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의 불공정한 세금 제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지만 미국 금융시장을 흔드는 조치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22일 미 하원에서 가결된 내국세법 중 ‘섹션 899’ 조항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조항은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의 개인·기업에 추가 세금을 적용하는 이른바 ‘벌칙세’를 담았다. 배당·이자·임대료 등을 비롯해 부동산 매각 이익, 사업소득 등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기존 세율보다 5%포인트를 높이고 이후 연간 5%포인트씩 인상해 최대 20%포인트까지 부담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국이 미국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에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세’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세금’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조항의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일정 매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상원 등을 통과해 발효될 경우 미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아진 세율만큼 미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장기금리에 대한 상승 압박을 가중시켜 미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이번 조항은 미국 자본시장을 무기화한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자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렛대로서 외국에 대한 과세를 사용하는 것은 미국 자본시장의 개방성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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