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 1월 이후 석 달 만에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4% 넘게 급감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생산도 두 달 만에 다시 감소해 경기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생산지수(계절 조정, 농림어업 제외)는 113.5로 전월보다 0.8%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4.2%)와 반도체(-2.9%)가 나란히 줄며 0.9%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6.6%) 이후 5개월 만이다. 미국이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지표도 부진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3%) 등에서 증가했지만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부문이 줄며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의복 등 준내구재(-2.0%), 내구재(-1.4%), 비내구재(-0.3%)에서 판매가 모두 줄면서 0.9%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지표 모두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도 0.4% 감소하며 2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기성(불변)은 전월보다 0.7% 줄어 마찬가지로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생산과 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난 것은 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관세 영향과 소비심리 회복 지연, 건설업 부진 등이 겹치며 4월 주요 지표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생산 감소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4월 들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앞서 한은은 전날 미 정부의 관세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의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관세정책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의 국내총생산(GDP) 재화 수출은 0.6%, 대미 수출은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자동차 수출의 절반 가까이(2024년 47%)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자동차를 대체하는 등 반사이익도 미미한 탓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생산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13.3% 증가하며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또다시 감소세를 나타냈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늘어났던 메모리반도체 사재기 수요가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역시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1.0%)에 이어 4월(-0.9%)에도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업태별로는 백화점(-3.5%)과 대형마트(-2.3%), 슈퍼마켓·잡화점(-2.3%) 등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과거 과잉투자에 따른 조정으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경기의 선행지표 격인 건설수주는 건축·토목, 민간·공공 모두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했다. 감소 폭은 17.5%로 지난해 1월(-35.3%)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다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9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두 지표는 올 2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보면 지난해 말과 올 초보다 조금 나아진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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