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면서 저축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액이 4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과 웰컴 등 주요 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 연체율만 40%대로, 건설사 대출 부실률은 저축은행별로 최대 50~60% 안팎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누적된 부실로 대출 공급이 감소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3월 말 현재 건설업과 부동산업 연체 잔액이 4조 523억 9900만 원이었다. 이 중 부동산 임대업과 중개업자 등에 나가는 부동산업 연체 규모가 약 3조 1601억 원으로 전체의 77.9%를 차지했다.
건설사에 시공 관련 자금을 빌려주는 건설업 대출 연체는 약 8922억 원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액 6000억 원을 더하면 총 건설·부동산 관련 연체는 4조 650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난다.
부동산업 연체를 금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투자 2739억 원(연체율 13.87%) △OK 2339억 원(14.10%) △웰컴 2110억 원(44.39%) △상상인 1606억 원(47.67%) △OSB 1443억 원(28.70%) △다올 1337억 원(22.51%) 등이 대규모 연체를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을 비롯해 대형사인 OK와 웰컴이 부실이 많았다. 연체율로는 상상인플러스가 무려 56.67%(726억 원), 엠에스 50.22%(224억 원), 세람 49.42%(300억 원) 등이 50% 안팎을 찍었다.
건설업 대출 부실도 컸다. 금액으로는 △OK 606억 원(19.22%) △상상인플러스 542억 원(59.82%) △하나 491억 원(38.83%) △한국투자 384억 원(18.2%) △키움예스 377억 원(45.59%) △웰컴 278억 원(18.06%) 등이다.
연체율로 보면 신한이 69.05%(174억 원)로 7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추가로 스마트 59.66%(99억 원)와 영진 55.93%(66억 원), 고려 46.26%(158억 원), 금화 41.41%(234억 원) 등이 40~50% 내외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은행계 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와 신한저축은행 역시 건설업 부진은 피해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0%대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당분간 연체 규모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0.8%로 제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부진이 대출 부실로 전이되고 이것이 다시 여신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여신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많이 나가다 보니 하반기에도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부동산업 분야의 연체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전년 대비 떨어진 저축은행도 적지 않다. 에스앤티(-18.03%포인트)를 비롯해 평택(-6.03%포인트), 유니온(-5.24%포인트), 인천(-3.51%포인트), 부림(-3.26%포인트), 인성·오투(-2.21%포인트) 등이 대표적이다. 더케이(-1.97%포인트)와 DB(-1.18%포인트)도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상상인플러스의 경우 3월 말 현재 8.64%로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8%를 가까스로 웃돌고 있다. 1년 새 2.2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전체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BIS 비율이 한 자릿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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