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골프 미국 본사가 전 세계에서 미국, 유럽,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경기 김포에 세운 칼스텐 코리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굴뚝 공장’이 아니다. 쾌적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자랑한다. 구성원들도 특별하다. 나이 지긋한 장인이 아니라 젊고 발랄한 30대 초중반의 숙련공들이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클럽을 조립한다. 여성 작업자들도 눈에 꽤 들어왔다.
칼스텐 코리아에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1, 2층의 물류창고였다. 헤드, 샤프트, 그립, 헤드 커버, 각종 나사와 무게추 등 부품이 크게 15종류, 소분류로 따지면 1000종류에 130만 개나 보관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부품을 어떻게 관리할까 싶었는데 “담당자가 쿠팡 출신”이라고 했다.
조립 라인은 3층에 있었다. 핑 제품 생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바코드로 시작해 바코드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과정마다 바코드를 찍으면 그에 맞는 작업 지시와 요령 등이 작은 모니터에 떴다. 바코드가 찍힌 태그에는 모델명, 로프트, 샤프트 길이, 스윙 웨이트, 호젤과 그립 종류 등 제품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조립은 헤드와 샤프트 준비부터 시작된다. 헤드와 결합되는 샤프트 팁 부분은 별도의 공정을 통해 미세하게 연마하는 표면 처리를 미리 해뒀다. 접착제인 에폭시로 접합할 때 더욱 단단하게 붙게 하기 위해서다.
먼저 프레스 머신을 이용해 샤프트에 페룰(호젤 바로 위 플라스틱 재질의 작은 링 모양 부품)을 끼운 다음 본격적인 조립 공정이 시작됐다. 바코드를 찍고 투입기 끝에 호젤을 대자 에폭시가 자동으로 나왔다. 우드류에는 6g, 아이언에는 9g의 에폭시를 주입한다고 했다. 호젤에 샤프트를 끼운 후에는 돌려주면서 누르는데 이는 안에 있는 버블을 빼주면서 에폭시를 골고루 도포하기 위해서다.
결합 후에는 일정 시간 고온으로 구워준다. 둥근 판 위에 클럽을 세워놓으면 천천히 돌아가는데, 한 바퀴를 다 돌면 에폭시가 단단히 굳게 된다.
다음은 샤프트 커팅. 빠르게 돌아가는 절삭기를 이용해 샤프트의 그립 쪽인 버트 부분을 잘랐다. 빠르게 회전하는 절삭기 소리에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안전장치가 있어 안심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잘린 부분을 옆에 있는 작은 기계 안의 홈에 넣으니 매끄럽게 연마됐다.
가장 어려운 공정은 그립 테이프 감기였다. 일반적으로 그립을 끼울 때 테이프를 일자로 잘라 붙이지만 핑에선 나선형으로 감는다. 테이프를 일자로 붙이면 테이프끼리 겹쳐는 부분이 생겨 샤프트의 휨이나 강도 등에 미세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 나선 형태로 붙인다고 했다.
왼손으로 헤드 쪽 샤프트를 빙빙 돌려주면서 오른손으로는 테이프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조절을 해야 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나 바보인가’라는 절망감이 살짝 들었다. 안내를 맡은 작업자는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손이 빠른 사람도 최소 3주 이상 습득해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공정”이라고 했다.
그립을 샤프트에 끼우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그립 끝의 구멍이 샤프트의 직경보다 살짝 작아 그립을 밑에서 한쪽부터 끼우면서 밀어 넣는 게 요령이었다. 그런 다음 한 번에 쭉 망설임 없이 밀어야 했다. 손의 힘이 아니라 몸을 이용해 밀어야 했는데 보기와 달리 잘 밀리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작업자는 “처음 하는 사람 대부분은 중간에 막히는데 잘 밀어 넣었다”고 했다. 게이지를 이용해 그립이 적당한 깊이로 들어갔는지 확인했고, 레이저를 이용해서는 정렬을 체크했다.
클럽은 길이나 무게는 동일해도 스윙 웨이트는 다를 수 있다. 우드류의 경우 헤드 내부에 엘라스토머 소재의 핫멜트를 넣어 이를 조정한다. 엘라스토머는 타구음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 무게추를 끼우는 곳에 작은 주입구가 있었다. 핫멜트를 주입하자 클럽의 스윙 웨이트는 C3에서 D2로 조정됐다.
핫멜트를 일정 시간 굳힌 뒤에는 헤드에 무게추를 끼웠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무게추를 설정해 준다. 무게추를 저울에 놓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꼭 맞는 무게추가 아니면 모니터에 알람이 떠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했다.
실링기로 그립과 헤드에 비닐을 씌운 뒤에는 마지막으로 샤프트에 라벨을 붙이는 공정이 남아 있었다. 바코드를 찍자 ‘최대 관용성! 스피드 UP! G440 MAX’라고 적힌 라벨이 출력됐다. 정해진 위치에 똑바로 붙여야 하는데 장갑을 낀 손가락에 라벨이 자꾸 달라붙는 바람에 볼품없게 붙이고 말았다. 마지막에 또 다시 ‘나 바본가’라는 절망감에 빠졌다.
이번 체험은 칼스텐 코리아 관리자의 감독 아래 안전하게 진행됐다. 체험 전 안전관리 교육도 받았다. 작업장에 들어갈 때는 장갑, 보안경, 앞치마 등의 보호구를 착용했다. 장준영 EHS(환경, 건강, 안전) 관리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개선점을 찾는다”며 “근로자들의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에 간호사가 한 달에 한 번, 의사는 6개월에 한 번 방문해 작업자들의 건강을 체크한다”고 했다.
“한국이 가장 최신 설비…숙련도는 세계 톱이라고 자부”
2023년 11월 30일은 칼스텐 코리아가 첫 번째 클럽을 생산한 날이다. 현재는 퍼터를 제외한 핑의 모든 클럽을 조립해 한국 시장에 공급한다. 김종엽 핑 칼스텐 코리아 대표는 “미국 본사에 15개 라인, 일본에 7개 라인, 한국에는 3개 조립 라인이 있다”며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2400~2700개의 클럽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있는 핑의 4개 생산시설 중 칼스텐 코리아는 가장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핑은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혁신을 강조한다. 컴퓨터와 자동화를 최대한 적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며 “모든 공정과 제품 입출고는 ERP(전사적 물류관리)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결국 조립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숙련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데 한국 작업자들의 숙련도는 세계 톱 수준이에요. 숙련에 이르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습니다. 첫 생산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모든 걸 문제없이 해내니까 미국 본사에서도 깜짝 놀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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