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된 접힘 및 자가 응집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펩타이드 억제제를 설계했다.
한국연구재단은 2일 고려대 김준곤 교수, 최태수 교수 연구팀과 캘리포니아 공대 윌리엄 고다드 3세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병원성 섬유 응집체의 주성분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잘못 접혔히면 자가 응집 현상에 의해 병원성 섬유 응집체가 형성되며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의 핵심 표적이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원성 섬유 응집체라는 점이 확인된 연구도 나왔다.
이에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잘못 접힌 구조로 인해 자가 조립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펩타이드 억제제를 설계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응집하는 것을 억제하려면 이를 방해하는 펩타이드가 더 많이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두 물질 모두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딱 맞게 붙기가 어렵다. 응집 억제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두 물질이 잘 결합할 수 있도록 서로 맞물리는 구조인 ‘반 평행 베타 평판(antiparallel β–sheet)’ 구조의 형성을 유도했다.그 결과 기존에 개발된 억제제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병원성 섬유 응집체 형성이 감소하며 세포 독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시험관 내 뇌혈관 장벽 통과 능력 평가와 혈장 안정성 평가 등에서 치료, 예방에 활용되기 적합한 성능을 보였다.
김준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규명해 안정적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펩타이드의 합리적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번 기술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치료제 개발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독일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5월 22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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