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은 보안이 심각하다. 최대한 빨리 청와대를 보수해 이전하겠다”
지난 5월 30일 한 매체의 유튜브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 대해 “오래 썼고 상징성, 문화적 가치 등 안 쓸 이유가 없다”며 “안보 문제도 그렇고 거기가 최적이자만 용산 대통령실은 도청 문제, 경계·경호 문제 등 완전히 노출돼서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고 혹평했다.
일단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용산 대통령실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빠른 시간에 청와대 보수를 마치면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제20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처음으로 ‘용산 집무실(국방부 신청사)’ 시대를 열었다. 청와대는 광복 이래 이승만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 여론전에 나서자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은 ‘새 정부 발목 잡기’라고 맞받아치는 등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을 둘러싼 신구(新舊) 권력은 주요 쟁점마다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용산으로 이전했다.
주목할 점은 ‘용산 집무실 시대’는 외교안보적 논란을 야기했다. 외국 방문단 대표가 드나드는 대통령실(국방부 공용) 정문은 물론이고 수행원들이 드나드는 서문과 후문 주변의 좁은 도로와 난잡한 전깃줄 등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까지 대통령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만 임시 정리하는 등 방한 직전 경비단에서 실탄 6발을 분실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도·감청에 취약한 구조 속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감청 의혹도 제기됐다.
6·3대선에 뛰어든 각 정당 대선 후보자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까닭이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까지 꾸리고 대국민 공모와 전문가 심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용산 대통령실’의 새이름을 찾는데 실패하면 용산 집무실 시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촉발로 윤석열 정부가 문을 닫고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면서 또다시 안보 문제 인식 차이로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안보 논란의 핵심 쟁점은 청와대의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위치 문제다. 2003년 노무현 정부때 설립된 이 센터는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안보를 비롯해 각종 재난재해 등 60여 개 국가위기 시나리오를 상정해 그 대처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국방부와 합참, 해경을 비롯해 국내외 정부기관·시설과 유·무선 지휘통신망이 촘촘히 연결됐다.
노무현 정부 때 설치한 지하벙커에는국가위기관리센터 자리하고 있다. 당초 전시 대피시설로 만든 것을 개조한 것이다. 이곳엔 육·해·공군과 경찰·소방·해경의 모든 상황정보가 24시간 실시간 집결된다. 대통령은 여기에 모인 모든 정보를 토대로 북한도발과 재난재해를 비롯한 국가위기상황 여부를 판단하고 부처 및 각 기관에 지시를 내린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지하벙커의 기능과 역할을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국방부에서 사용하던 지하벙커로 옮겼다.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는 지하 2, 3층에 자리한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기는 당시 청와대 지하벙커 역시 당장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지휘통신망이 안정화를 위해서는 1년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같은 구역에 머무는 것은 ‘안보 리스크’를 자초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사시 적의 ‘최우선 타깃’이 돼 집중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위기 시 대통령과 군 지휘부가 즉각 만나 신속한 대응을 지휘할 수 있어 안보태세가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용산 일대에는 이미 이중삼중의 대공방어망이 갖춰졌고 레이더의 탐지 거리와 요격미사일의 사거리 확대 등 무기장비의 발달과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추가 전력을 배치하지 않고도 용산 집무실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용산 집무실 시대 3년을 거치면서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
물론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긴 탓에 다시 청와대 지하벙커로 들어갈 경우 역시 당장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지하벙커 시설이 한층 확장됐고 시설도 안정화 됐다”며 “하지만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다시 이전한다면 당장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의 시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위해 위한 작없을 서둘러 해도 물리적으로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 운용했던 청와대로 다시 복귀해도 윤영요원 교육과 시스템 안정화 등에 추가로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선승리 시 우선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간 뒤 100일을 기점으로 9월께 청와대로 이전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되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청와대로 옮기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합의와 개헌을 거쳐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고 청와대를 빨리 보수해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청와대는 3년 가량 장시간 일반에 개방된 탓에 보안 문제로 민주당이 생각하는 9월 복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예전 청와대의 보안 수준과 지휘통신망 등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남동 관저 사용 않을 때 위기대응 논란
무엇보다 청와대 복귀까지 이 대통령이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현 자택인 인천구 계양구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때까지는 최소 3개월을 출퇴근을 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행정구역이 다른 인천에서 서울 시내로 20㎞에 달하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 건 경호와 안전, 시민 불편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퇴근 이후 상황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국가 안보의 책임자로 안보 위해나 재난 상황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삼청동에 위치한 안가와 총리 공관을 임시로 사용하더라도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까지 거리는 약 7㎞다. 평상시 20여분 거리로 교통통제를 하더라도,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실 지하벙커로 이동하는 약 3㎞보다 대응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개·보수를 포함해 보안 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예산 비용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1호 이행 공약인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 정부 측은 국방부의 합참 청사 이전 비용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원 등 496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해당 비용은 계속 늘어나면서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예산 397억 원 등 매년 계속해 추가 전용됐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도만 대통령실 이전 관련 각 부처 사업 예산은 1539억 1900만 원이 책정됐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도 청와대 복귀에 따른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 사용은 논란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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