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물결은 도로 산업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물리적 이동의 공간이었던 도로는 이제 사람과 차량, 차량과 도로를 연결하는 ‘스마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단지 빠르게 달리는 길이 아니라 기술이 흐르고 산업이 융합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고속도로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
우선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확대 구축하고, 실시간 통행 정보 제공과 AI 기반 교통 제어 기술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행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유지관리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유지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도로 시설물의 생애주기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AI를 활용한 도로 파손 탐지 기술을 통해 사전에 위험을 확인하고, 드론을 활용한 정밀 점검으로 광범위한 구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여기에 로봇을 활용한 시설물 유지관리까지 더해지면서 고속도로 전 부문에 걸쳐 디지털화와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도로공사는 다양한 미래형 모빌리티와 연계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UAM과 K-MaaS(Korean Mobility as a Service)이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주변에 UAM 이착륙장을 연계할 수 있는 복합 교통 허브 조성을 계획 중이다. 또 다양한 이동 수단을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연결하는 K-MaaS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 등도 함께 추진되며 고속도로는 도로를 넘어 하늘과 지상, 교통과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미래 고속도로 구축 과정은 공공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로공사는 다양한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실증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을 발굴하고 실증할 수 있도록 마련한 ‘도공기술마켓’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성장하는 대표적 개방형 혁신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인프라, 스마트 유지관리 시스템, 친환경 소재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민간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기업의 기술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도로공사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도로 기술 개발, 에너지 절감형 교통운영 시스템 도입, 환경을 고려한 녹색 인프라 조성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지속 가능한 미래 교통 환경 구축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오늘날 고속도로는 ‘달리는 길’에서 ‘연결의 공간’으로, ‘교통 인프라’에서 ‘기술과 산업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미래 고속도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교통을 넘어 산업과 삶의 혁신을 이끄는 공공 리더십을 실현해 가고 있다. 기술이 달리는 길, 산업이 성장하는 길을 열어가는 혁신의 여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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