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를 둘러싸고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양국 공조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이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 쏟아낸 적대적인 발언을 근거로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시바 총리는 4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한국 민주주의 결과”라며 “취임을 축하하고, 한국 국민들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고 언급하고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반대·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비난·일본 적성국 인식 발언 등 ‘반일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신임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언해온 것들도 있지만, 선거 중 ‘일본은 소중한 파트너이며, 나는 일본인을 매우 좋아한다’고도 발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회담은 가능한 한 조속히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셔틀외교의 중요성은 한국이 어떤 정권이든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이 대통령이 내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근거해 양국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당분간은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북러 군사협력 심화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한국을 둘러싼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협력관계가 불가피하다며 “한국 측도 일본과의 관계를 여기서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 정권으로의 교체가 외교 노선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록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한일 관계의 뇌관인 역사 문제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NHK에 “원래 한국은 정권 교체 후 이전 정권의 노선을 뒤집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 대통령과 일본의 인연이 전 정권에 비해 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유년시절 일본에서 생활한 것이 부각된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의 경우 일본과의 직접적인 인연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대통령은 과거 일본을 ‘여러 번 여행했다’고 소개했지만, 유년기에 아버지의 유학에 동행해 도쿄에 체류한 경험을 가진 윤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일본과의 관련성은 적다”며 “일본의 정재계와 직접 연결되는 인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중국과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고, 북한과의 연락 채널을 복원하겠다고 한 점을 근거로 “북한이나 중국에 기울어가면 대일, 대미 자세가 자연스레 바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첫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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