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착용 시에는 단단해졌다가 체온에 닿으면 부드러워지는 전자기기 구현 기술을 개발했다.
정재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은 4일 온도에 따라 딱딱함과 부드러움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액체금속 전자 잉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 잉크는 정밀한 인쇄가 가능한 물성과 우수한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딱딱함과 부드러움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소자를 상온에서 정밀 제작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연구팀은 체온 근처(29.8도)에서 녹는 액체금속 갈륨이 액체 상태에서의 불안정성 때문에 정밀한 회로 제작이 어렵고, 제조 과정에서 원치 않는 상변화가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성도(pH) 제어 기반 액체금속 전자 잉크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약 50㎛)인 미세 선폭으로 정밀한 회로를 인쇄할 수 있으며 우수한 전기전도도(2.27×10⁶ S/m)와 함께 1465배나 되는 강성 조절 비율을 제공한다. 이는 플라스틱처럼 딱딱한 상태에서 고무처럼 말랑한 상태까지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평상시에는 딱딱한 휴대용 전자기기로 사용하다가 몸에 착용하면 부드러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로 변환되는 가변형 다목적 기기를 개발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술 시에는 딱딱한 상태로 정밀한 조작과 뇌 삽입이 가능하지만 뇌 조직 내에서는 부드럽게 변해 조직 내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는 뇌 탐침을 구현함으로써 이식용 소자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시목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박사과정 학생과 이건희 부산대 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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