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국제 여객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무비자 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 여객이 대폭 증가한 데다 일본을 오가는 여객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수요에 발맞춰 신규 취항과 증편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적사와 외항사를 모두 합친 누적 국제선 여객은 3061만 2986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849만 9545명)보다 7.4% 많고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인 2019년(3040만 1896명)도 뛰어넘었다. 이 추세라면 연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2019년 9038만 명을 올해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파산 우려까지 나왔던 항공업계가 시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글로벌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얻어낸 성과여서 내부적으로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여객 급증은 중국 여행 수요 확대가 이끌었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중국 여객수는 486만 1360명으로 전년 동기(393만 7614명) 대비 무려 23.4% 뛰어올랐다. 여객 수 자체가 적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국제선 중 사실상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외교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후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억눌려 있던 중국인들의 국내 여행도 최근 K뷰티 등을 계기로 다시 폭발하며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올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시행되는 만큼 향후 중국 여객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도 시장 수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올해 하계 일정부터 인천~푸저우 노선을 기존 주 3회에서 4회로 증편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22개 도시와 타이베이·타이중 등 중화권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하계 기준 운항편은 주당 195회에 달한다. 현재 중국 노선 운항 횟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0%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제주항공,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도 최근 중국 신규 노선을 개설했다.
일본 여객 수요도 여전히 탄탄하다. ‘엔저 현상’에 힘입어 일본 여객이 급증했던 지난해의 상승 추세가 지속되며 올 들어 4월까지 일본 누적 여객 수는 893만 936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원·엔 환율이 꾸준히 오르며 한때 100엔당 1000원을 돌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도시뿐 아니라 구마모토·요나고·기타큐슈 등 소도시 취항을 늘린 것도 일본 여객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19년 대비 국적사의 여객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4월 누적 기준 대한항공 등 국적사의 국제 여객 수는 2117만 1680명으로 전체 여객 중 69.1%를 차지했다. 68.4%를 차지했던 2019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그만큼 국적사가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외에도 국제 수요에 맞춰 노선 증편과 신규 취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최근 티웨이항공(091810)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이스타항공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등 호재가 많은 만큼 항공사 실적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