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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페니키안 스킴’ 캐릭터 해석과 협업

웨스 앤더슨(왼쪽 두번째)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자자 코다(베니치오 델 토로)가 코다 사업을 망하게 하기 위해 열명의 자녀 중 수녀인 딸 리즐(미아 트리플턴)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사진제공=PTS Productions/Focus Features




첩보 스릴러 ‘페니키안 스킴’은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작품이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유럽 거물 자자 코다가 가상의 국가에서 완수하려는 일생일대 프로젝트가 ‘페니키안 스킴’이다. 상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결합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캐릭터가 배우들과의 협업을 통해 살아나고 기술적 실험과 예술적 감각도 조화를 이룬다.

‘페니키안 스킴’은 앙상블 영화의 성격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부녀, 자자와 리슬의 이야기다. 이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이다. 화려한 앙상블 캐스트 속에서도 명확한 중심축을 제시하여 관객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 베니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자자 코르다와 미아 스레이플턴이 연기한 딸 리슬의 관계 회복이 영화 전체의 정서적 중심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자 코다 캐릭터의 탄생 배경을 흥미롭게 설명했다. 그는 “칸에서 ‘프렌치 디스패치’ 개봉 당시 베니치오 델 토로에게 안토니오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거물에 대한 얘기를 했다. 유럽 거물의 비주얼을 하고 있으나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왠지 죽일 수 없는 사람 같았고 아주 비싼 시계를 차고 있는 인물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였던 제 장인, 아내의 아버지 푸아드와 섞이기 시작했다. 그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매우 위협적인 사람이었다. 신발 상자에 모든 업무가 들어 있었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면 내 아내가 자신이 가진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시점에서 아내에게 자신의 작업을 안내했던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슬로우 모션으로 찍었지만 배우들이 빨리 움직여서 슬로우 모션의 지루함을 없앤 촬영 방식으로 탄생한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는 영화학도들이 열광하는 장면이다. 사진제공=PTS Productions/Focus Features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다. 베니치오 델 토로가 욕조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연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에는 독특한 촬영 비화가 숨어 있다. 델 토로는 “웨스가 내게 다가와 ‘이걸 슬로우 모션으로 찍을 테지만 모든 행동을 정말 빨리 연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처음엔 ‘빨리 움직이고 슬로우 모션으로 하면 슬로우 모션이 취소되지 않나요?’라고 의아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장면은 무려 20~30회의 재촬영을 거쳐야 했다. “움직이는 부분이 많았다. 6-7명 정도 되는 많은 간호사가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세트장에서 촬영하느라 다른 문과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한 명이 뛰어다녀야 했던 것 같다. 그 광경은 정말 볼만했는데 난 붉은 자두처럼 변해버렸다”고 전했다. 앤더슨 감독은 이 과정을 “음악과 안무, 촬영이 동시에 이루어져 모든 경험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재생하되 초당 90프레임으로 촬영하는 빠른 진행이었다. 슬로우 모션이 지루해지는 걸 막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나온 창의적 협업의 또 다른 사례는 거짓말 탐지기 장면이다. 델 토로는 “제 캐릭터가 딸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마이클 세라가 연기한 과외 선생이 방에 있었다. 웨스에게 ‘딸에게 많은 사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데, 바로 저기 낯선 사람이 앉아있다. 낯선 사람 앞에서 이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캐릭터가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앤더슨 감독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즉석에서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자자의 이복동생 누바 삼촌역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촬영 현장에 관해 “실제로는 많은 놀이이고 이 작업을 하면서 내면의 아이와 접촉하고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PTS Productions/Focus Features


웨스 앤더슨 감독은 특유의 완벽주의적 접근 방식을 지닌다. 배우들 역시 감독의 비전을 이해하고 그에 부응하며 절제와 자유로움의 절묘한 균형을 취한다. 웨스 앤더슨 영화 제작 현장의 독특한 분위기가 한 몫 한다. 완벽주의적이고 정교한 연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 촬영 현장은 배우들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기에 웨스 앤더슨 영화 언어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주연 베네치오 델 토로와 미아 트리플턴, 톰 행크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칼릿 조핸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빌 머리 등의 호화 출연진이 극중 재미를 더한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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