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이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개발에 도전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IPF는 올 4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브릿지바이오)가 임상 2상에 실패해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된 희귀질환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16~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흉부학회(ATS) 2025’에서 IPF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의 글로벌 임상 2상 설계와 환자 등록 현황에 대한 중간 분석 포스터를 발표했다. 임상 총괄 책임연구자인 송진우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공식 세션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IPF는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해지며 폐 기능이 저하되는 희귀 질환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IPF 신약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 톱라인(주요 지표) 결과 1차 평가변수였던 24주차 강제폐활량(FVC) 변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지만 그만큼 신약 개발 난이도가 높은 셈이다.
대웅제약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베르시포로신 글로벌 임상 2상은 올 4월 기준 전체 모집 목표 102명에서 약 80%에 해당하는 79%의 환자가 등록을 완료했다. 기존 IPF 임상이 백인 위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은 절반 이상인 47명이 아시아인으로 구성돼 있어 향후 인종별 치료 반응의 차이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등록자의 약 70%는 기존 항섬유화제(닌테다닙 또는 피르페니돈)를 병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병용 약물 없이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경구용 항섬유화 신약 후보물질이다. 프롤릴-tRNA 합성효소(PRS)라는 콜라겐 합성 관련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폐 조직의 섬유화 진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기존 치료제와는 다르게 필요한 표적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이상 반응 부담을 낮추면서도 질병 진행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베르시포로신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2022년에는 FDA의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송 교수는 “이번 임상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의 반응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연구로서도 의미가 크다”며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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