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배드뱅크에 은행도 출자…'부실 탕감' 손잡는 민관

코로나 정책대출 47조 9월 만기

원리금 유예 규모만 2.5조 달해

정부 예산만으론 비용충당 한계

대규모 채무조정 은행 참여 필요

"도덕적 해이 불러올 것" 지적도





이재명 정부가 장기 소액 연체 채권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에 시중은행이 출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랏돈만으로는 자영업자와 서민의 채무 탕감과 이자 경감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민간에도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47조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만기가 9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 당국의 채무 재조정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인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당국은 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추가로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으로부터 일정 규모의 출연금을 받아 배드뱅크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사로부터 미상환 대출채권을 사들여 정리하는 한시적 구조조정 기구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팔면 배드뱅크는 대출자의 상환 여력을 재평가해 채무를 조정하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민간자금까지 끌어와 배드뱅크의 규모를 키우려는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기가 최악인 데다 코로나19 때 나갔던 정책자금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현재 8.90%에서 지난해 말 11.16%로 2%포인트 넘게 뛰어올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4월 1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1000여 곳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를 보면 올해 소상공인 사업체의 월평균 매출액은 854만 원으로 2023년 1231만 원 대비 약 30% 급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당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지원됐던 정책 대출 중 올 9월 말까지 만기를 연장한 금액은 3월 말 기준 약 47조 4000억 원이다.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대출 규모도 2조 5000억 원가량이다. 원리금 상환 유예는 향후 연체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0%대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당분간 연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원금 탕감과 이자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예산만으로는 폭넓은 채무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4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도 재정만으로는 채무 조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 예산에 금융사 출연금을 보태 배드뱅크를 운영했다”면서 “정부 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나랏돈만으로 재원을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이 배드뱅크를 통해 악성 부실자산을 털어낼 수 있게 되는 만큼 재원 마련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부실자산을 안고 있으면 연체율 지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배드뱅크 덕에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3월 말 0.53%로 동월 대비로는 2016년(0.6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안고 있으면 대손충당금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배드뱅크가 생기면 충당금 적립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며 “출연 부담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은행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 자금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사가 얼만큼 출연할지를 두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재기 발판을 마련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조율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지더라도 나중에 정부가 구제해주겠지’라는 식의 기대를 지나치게 키우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채무 조정 대상을 엄밀하게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