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골프를 즐기기를 바라요.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입니다.”
첫 우승 후 무려 12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이일희(37)가 남긴 한 마디다.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가 느낀 기쁨은 우승자의 그것 못지않았다. 게다가 동갑내기 절친이자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신지애(37)가 “넌 내게 영감을 줬어”라고 극찬한 터라 경기가 끝난 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일희는 9일(한국 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베이 코스(파71)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준우승했다. 통산 4승째를 거둔 제니퍼 컵초(미국·15언더파)에는 딱 1타가 모자랐다.
이번 대회 전까지 골프 선수로서 이일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0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일희는 2013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이 30위권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2018년을 끝으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역대 우승자에게 문호를 여는 1~3개 대회에만 출전했고 올해도 이번 대회가 두 번째였다. 예선을 거쳐 참가한 US 여자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 학사 학위를 따고 다른 업종에 취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련이 그를 붙잡았다. “당시 '파이낸셜 포럼'이라는 곳에서 100일 정도 일하고 나와서 '아, 나는 골프를 잘하지'라고 깨닫고 파트타임 레슨과 부상 치료를 병행했다”는 그는 "LA에 저를 기다리는 제자가 몇 명 있다. 다음 주에 그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랭킹 1426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일희는 첫날부터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8언더파 63타로를 요리하더니 둘째 날에는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종 3라운드에서는 후반 9홀에서 버디 5개를 몰아치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12년 만의 두 번째 우승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6년 9월 레인우드 클래식 공동 9위 이후 9년 만에 톱10에 진입한 이일희는 “(준우승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있다면, 제가 원하는 대회를 고를 수 있게 된 것 정도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선전으로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낸 것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줬다. 제가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영감을 줬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정말 놀라웠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계속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어 통산 12승의 김세영이 12언더파 단독 3위에 올랐다. 임진희는 사이고 마오, 야마시타 미유(이상 일본) 등과 함께 10언더파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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