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이외에 신규 규제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것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방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강남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로 성동구와 마포구, 강동구, 동작구 등 한강 일대 자치구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자 선제 조치 필요성 등이 제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남시 분당구 등 경기 동남권 지역의 집값 ‘갭 메우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달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 강동구, 동작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자치구와 양천구 등 학군지의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는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0.54%를 나타냈고 마포구(0.37%), 강동구(0.36%), 양천구(0.35%), 동작구(0.33%) 등도 주택가격 상승률이 서울 지역 물가상승률(0.23%)을 훌쩍 뛰어넘었다. 성동구는 특히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아파트값이 오르는 상황이다. 성동구 행당동 행당대림 전용 59㎡는 지난달 16일 12억 2000만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2021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도 12억 원을 넘지 않았었으나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12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주변에 자리한 행당한진 역시 전용 84㎡가 15억 55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남시 분당구 등 경기 동남권도 최근 ‘갭 메우기’ 현상으로 집값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경기 시·군·구 중 아파트값 매매 지수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6개 지역은 △과천시(6.21%) △용인시 수지구(1.99%) △성남시 분당구(1.76%) △안양시 동안구(0.99%) △성남시 수정구(0.72%) △하남시(0.72%) 등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신고된 경기도 과천의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1억 123만 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과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올 1월 17억 8777만 원 △2월 18억 4763만 원 △3월 18억 9815만 원 △4월 19억 5866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약 5000만 원씩 오른 셈이다. 이는 올해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0.38%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과천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용인 수지구는 신분당선 역세권 신축 위주로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동천역 인근 동천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가 4월 11억 5000만 원에 신고가를 쓴 것이 대표적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성남시 분당구 시범우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6억 5000만 원에 신고가 매매됐다. 안양 동안구의 평촌 향촌마을 현대 4차 전용 84㎡는 지난달 11억 57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 고점 가격(12억 7000만 원)의 91%까지 회복됐다. 이곳은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학군지인 평촌에 위치하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 같은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 불안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주택법 등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 가운데 청약 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거나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이하인 지역 등을 검토해 지정한다. 이 같은 정량적 요건을 적용하면 서울 성동구와 과천시는 규제지역 지정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포구와 강동구, 양천구 등도 이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50%로 대폭 낮아진다. 또 2주택자의 경우 취득세 중과율이 8%까지 높아져 세 부담이 커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주택정책심의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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