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진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공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지난달 평가에서 2년여 만에 꺼낸 ‘경기 둔화’와 비슷한 수위의 표현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는 “건설투자의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생산 증가세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21.8%) 등 광공업생산(4.9%)의 높은 증가세에도 전산업생산 증가율(계절조정, 전년 동기 대비)이 3월 0.9%에서 4월 0.5%로 낮아진 원인을 건설업 생산의 극심한 부진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 건설업 생산은 3월 16.3% 감소한 데 이어 4월(-20.5%)에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생산 역시 금융·보험업(3월 1.0%→4월 0.6%), 전문과학(3월 3.5%→ 4월 0.2%)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대미 수출은 8.1% 감소했으며 대미 자동차 수출은 32.0%나 급감했다. 이달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 관세율이 25%에서 50%로 2배 인상된 것은 추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KDI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추가 인상 및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계엄과 탄핵 등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혼란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일단락돼 점차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KDI는 “국내 정국불안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말 급락한 이후 낮은 수준을 지속했던 소비자심리지수가 5월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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