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규제혁신과 투자유치라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해 항만배후단지의 고부가가치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항만배후단지를 단순 물류 중심지에서 ‘글로벌 커피 허브’ 등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11일 부산진해경자청에 따르면 이 기관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BJFEZ) 항만배후단지 곳곳에 놓여 있는 규제 벽을 허무는데 행정 역량을 집중한다. 규제혁신을 지속하면 항만배후단지가 단순 물류 거점을 넘어 제조·유통·디자인·스타트업이 융합된 ‘글로벌 복합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커피 산업의 경우, 로스팅 공장, 포장디자인, 관련 스타트업까지 집적된 커피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수도권에 집중된 제조·가공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와 함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부산진해경자청의 이 같은 전략 추진에는 자신감이 배여 있다. 지금까지 추진한 규제 혁신이 경제자유구역의 제도적 한계를 뛰어넘는 성공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대표적으로, 자유무역지역 내에서 가공된 커피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원료과세’ 제도를 도입, 완제품이 아닌 원재료에만 과세하도록 세관과 협의했다. 이에 따라 입주 기업들은 완제품과 원재료 중 유리한 과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건축물 고도제한(40m)과 단일기업 임대면적 제한(15만㎡) 등도 풀어 냈다. 부산진해경자청은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산업부 등과 협업해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고도제한을 60m로, 임대면적 제한을 완화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규제를 풀자 투자 문의가 쇄도했다.
특히 즉각적인 투자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미쓰이소꼬코리아는 482억 원의 증액투자를 결정, 기존 저층 물류창고 구조를 4층 이상 대형 스마트 물류센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한정된 부지 내에서 물류처리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뿐 아니라 미분양 부지의 투자 매력도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호 부산진해경자청장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입지경쟁력을 갖췄다”며 “규제혁신의 속도가 구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법 개정과 제도 도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진해경자청은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5개의 배후단지를 조성·운영 중이다. 이들 단지는 2040년 개항 예정인 진해신항과 연계해 ‘메가포트’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웅동배후단지(1단계)와 북컨배후단지(1단계)에는 69개 사가 입주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서컨배후단지(1단계)는 4개 부지 모두 입주업체가 선정된 상태로, 2026년 하반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웅동배후단지(2단계)는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남컨배후단지는 임대공고가 예정돼 있어 향후 공급 확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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