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샤오미가 이달 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며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아직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동남아시아와 남미·인도 등지에서 증명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소비자들에게 먹히면 삼성과 애플의 ‘1강 1중’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도 이에 질세라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시장 수성에 나섰다.
샤오미는 이달 말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 ‘미스토어’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여의도 IFC몰에 들어설 미스토어는 최신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제품을 체험·구매할 수 있고 AS도 받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된다. 샤오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한층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마트테크 코리아 2025’에 참가해 스마트 생태계 전략도 선보인다. ‘스마트 샤오미 라이프’를 주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 TV, 청소·생활 가전 등 사물인터넷(IoT)과 접목한 연결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샤오미는 올해 초 국내 법인 설립 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반년도 안돼 스마트폰 신제품 6종을 연달아 출시했고 올 4월에는 샤오미15 울트라의 고사양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는 커뮤니티 행사를 한국 최초로 개최하며 국내 고객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절대 강자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기타 기업 점유율이 1%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새로 뚫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거꾸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인 셈이다. 샤오미와 비보·오포 등 글로벌 수위권 중국 제조사들은 앞서 동남아와 남미·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경쟁했는데 한국 고객들의 틈새를 파고 들기 시작하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가성비 공세에 삼성전자는 차원이 다른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날 출시된 ‘A36 5G’는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되는 인기 AI 기능을 넣고도 출고가가 49만 9400원으로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5 엣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170.1㎜(6.7형) 크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최대 120㎐ 주사율과 1200니트(1니트는 촛불 한 개 밝기)를 지원한다. 5000㎃h의 대용량 배터리와 전작 대비 15% 확대된 베이퍼 챔버를 탑재해 장시간 사용 시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으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6 3세대를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강력한 AI 기능을 무기로 내세웠다. 손쉬운 사진 보정 기능 ‘AI 지우개’ ‘나만의 필터’와 화면 속 궁금한 사물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검색 결과가 나오는 ‘서클 투 서치’, 음악 검색, 음성 명령 기반 AI 에이전트 호출 기능 등을 신제품에 담았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한때 80% 중반대를 오갔지만 지난해 4분기 애플이 점유율을 역대 최대인 35%까지 높이며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국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 관세에 애플 영향력 확대까지 국내 시장 수성이 삼성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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