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1일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다자외교에 나선 만큼 주요국과 조기에 신뢰 관계를 구축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닦게 된다. 특히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과의 양자 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질적인 외교 성과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에너지 공급망과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발언할 기회가 예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국의 기술력을 앞세워 협상 관계를 유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제시한 이번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의 의의는 크게 △민주주의 회복 알림 △정상외교 복원 △실용 외교 시작 △경제 통상 현안 타결 동력 확보 등 네 가지다. 우선 민주주의 회복 및 정상외교 복원과 관련해 위 안보실장은 “캐나다가 우리를 초청한 것은 G7이 민주주의의 강인성을 보여준 대한민국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6개월간 멈춘 정상외교의 공백 상태를 해소하고 재가동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멈춘 정상외교를 복원해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성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실용 외교의 윤곽이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드러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세계 주요국과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쌓아 각종 통상 문제를 논의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역시 G7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기업 활동은 물론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주요국과의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상·무역 등 현안 논의에서 진전을 이루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17일(현지 시간) 예정된 확대 세션에서 이 대통령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AI·에너지 연계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력과 향후 비전을 피력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관측도 나온다. 확대 세션은 G7 회원국뿐 아니라 참가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과 공급망 안정화 협력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과 AI 혁신을 위한 역할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다자외교의 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AI·2차전지·우주기술 등 첨단과학기술 등이 의제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력을 부각하며 자연스럽게 협력 체계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한일 간 양자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무역·통상·안보 등 다방면의 협력 관계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요국과 양자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대통령실에서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 이뤄질 경우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에 대해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역시 관세 현안에 대한 중요성을 의식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주무 부서 자리부터 메운 바 있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견제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 또한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수년간 G7 회의의 중요한 의제였고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관련 언급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세를 비롯한 무역 문제, 안보 사안에 대해서 이 대통령이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안을 타결한다는 방침을 협상팀에 내려놓은 만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한중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만 사안별로 다른 견해가 있다면 협의·조정하고, 미국이나 동맹국과 조율해나가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도 경제 및 안보 협력 관계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이 새 정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한국은 급진적인 외교정책이 아닌 실용 외교로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을 우선으로 한다는 의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정책 뒤집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정책 일관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