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자립에 제동을 걸기 위해 화웨이와 SMIC를 기술 협력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미국에서도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국제무역관리국이 전날 중국의 화웨이·SMIC와 이들의 여러 자회사를 ‘전략적 첨단 기술 상품 기업(strategic high-tech commodities)’ 목록에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규정에 따르면 대만 회사들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에 물건을 배송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의 경우는 본사뿐 아니라 일본·러시아·독일 등 다른 해외 사업부도 해당 목록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이 블랙리스트가 중국의 최첨단 AI 반도체 기술 개발 노력을 주도하는 두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이 화웨이와 SMIC에 대한 기술 규제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상당수 대만 기업들이 중국의 반도체 기반시설 구축에 은밀하게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짚었다. 특히 이번 규제가 중국 내 AI 반도체 기반 구축에 필수적인 대만의 공장 건설 기술과 재료, 장비 등을 부분적으로나마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올 초부터 중국을 “해외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며 각종 군사·외교·산업적 반(反)중국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만의 중국 기업 반도체 규제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상황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의 수출통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차관은 12일 의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화웨이와 SMIC에 대한 거래 라이선스(면허) 발급은 중단됐고 다시는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블랙리스트에 이름만 올려 놓고 인텔·퀄컴 등 미국 기업에 시스템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특별 라이선스를 발급했던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의 행보를 뒤집는 조치다. 케슬러 차관은 “AI 칩이 중국으로 유용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에도 “미국산 반도체가 중국으로 불법 밀수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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