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게 오르면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운용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6월 둘째 주까지 19주 연속 올랐다. 서울 7개 구 아파트 값은 ‘미친 집값’으로 불린 2020~2021년 수준을 넘어서며 매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강남3구 등에서 시작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강북권과 경기도로 번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번 달 하루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까지 재연될 기세다. 다급해진 금융 당국은 16일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해 대출 강화를 주문하기로 했다.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정책 불확실성과 공급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시가 올해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섣불리 해제했다가 되돌리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게다가 새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 4400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새 정부는 ‘공급 확대’ 원론만 얘기할 뿐 아직까지 주택 공급의 구체적 목표·시기·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으로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처럼 ‘부동산 광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모든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정책 집행 속도와 실행력이다. 촘촘한 대출 관리, 집값 안정의 강력한 메시지 등을 통해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감부터 눌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신규 택지 조성 등 양질의 주택 공급을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내놓고, 돈이 부동산이 아닌 증시 등 실물경제로 유입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용적률·건폐율 완화, 인허가 기간 단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통해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면 부동산 시장 불안만 재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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