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조금씩 쌓아가면 산이 된다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이라는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작은 일도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면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청년 일자리 문제도 일시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오랜 시간 흙을 한 줌 한 줌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전체 고용률은 63.8%(15세 이상)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2년 이래 가장 높았다. 하지만 청년(15~29세) 고용률은 46.2%에 그쳐 13개월 연속 주저앉았고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1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고용률이 높아졌지만 청년 고용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청년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연평균 4.7%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로 크게 감소했고 이에 수반되는 일자리 증가율도 함께 내렸다.
또 하나는 노동시장이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 등으로 양분되면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스매치로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들의 구직난이 공존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10곳 중 6곳에 그쳤고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청년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집중 추진·관리하고 있는데 재학 단계에서는 청년들이 직무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구직 단계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취약 청년들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장에 적합한 직무 역량을 갖추고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1.6%가 신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꼽을 만큼 실무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삼성전자의 ‘SSAFY’, SK하이닉스의 청년 ‘Hy-five’ 등 기업들도 지속 가능 경영과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거나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총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이 같은 기업 사례를 적극 발굴·홍보하는 한편 기업에 ‘청년 도약 멤버십’을 부여해 청년 친화적 기업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의 꿈을 이뤄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과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더불어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
또 더 많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느리고 지난하지만 청년들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밑바닥부터 흙을 다지고 쌓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