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로더를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티로더는 성명을 내고 로더 명예회장이 전날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로더는 어머니인 에스티 로더가 1946년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한 회사를 이끌면서 클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바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가 1958년 회사에 합류했을 때 연간 매출은 80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에스티로더의 매출은 73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했다. 2023년 3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로더의 순자산은 262억 달러(약 35조 9000억 원)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특히 그는 2001년 ‘립스틱지수’라는 경제지표를 창안해 명성을 얻었다. 경제 침체기에도 화장품, 특히 립스틱 구매는 경기와 반비례하는 ‘립스틱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9·11 테러를 겪은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고 앞서 대공황 때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2013년 자신이 수집해온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입체주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해 주목받았다. 당시 기증한 미술품들의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로 추산돼 해당 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증이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재단을 설립하는 등 자선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에벌린(2011년 별세)은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방암 퇴치 운동에 앞장섰다. 아들 윌리엄 로더는 현재 에스티로더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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