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서울 종로구 북촌에 베이글 전문점이 오픈했다. 영국 런던의 베이글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를 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개업하자마자 손님들을 끌어모았고 잠실 롯데월드몰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도 입점했다. 2023년에는 소금빵을 주력으로 하는 자매 브랜드 ‘아티스트베이커리’가 안국역 인근에 들어섰다. 오전 8시에 오픈하는데 7시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아티스트베이커리’는 빵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대전 성심당과 군산 이성당 못지않은 ‘성지’가 됐다.
두 브랜드를 창업한 이는 ‘료(본명 이효정)’다. 그는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서 빵 맛부터 공간에 감정을 입히기까지 회사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
료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간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출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두 브랜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어떤 특별한 비법은 없다”면서 “저의 지름길은 제가 거쳐가면서 알 수밖에 없고 저만의 지름길, 저만의 최단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그가 지난 10여 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쓴 글을 모은 에세이다. 짧은 글뿐 아니라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 등도 실렸다. 료는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며) 의지를 가지고 썼던 것은 아니라 자연스럽게 썼던 낙서·글·메모 등을 모은 일종의 아카이브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20년 넘게 패션 업계에 종사했던 료는 40대 후반에 남편과 함께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통념상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다. 이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소심했기에 할 수 있는 건 시작하는 것, 그리고 계속하고 계속하는 것뿐이었다”고 회고했다. 료는 10여 년 전 런던 여행을 하면서 들른 작은 카페에서 영감을 받아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했다. 연구개발을 위해 매일 베이글을 먹다 보니 10년간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레이어드를 운영하는 엘비엠은 지난해 8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나 자신으로 사는 것’과 ‘나다움’이다. 매일 매 순간을 ‘진짜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에게 일과 삶, 일상과 예술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료는 ‘나에게 가장 좋은 레퍼런스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는 “태어나서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장치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며 “그 어떤 시스템도 진짜 나를 들어올려줄 수 없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오직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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