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매매 건수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5개월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비아파트 매매 건수가 한 달 만에 약 60%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아파트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남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실수요자들이 비아파트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부동산원 주택 유형별 매매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주택 매매 건수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월 27.3%에서 4월 33.2%로 증가했다.
비아파트는 단독주택·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이다. 비아파트의 약 90%가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등을 포함한 빌라다. 서울 비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해 11월(44.5%)부터 올해 3월(27.3%)까지 하락세를 보인 후 4월에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아파트 매매 비중 증가에는 강남 3구 영향이 컸다. 강남 3구의 비아파트 매매 건수는 3월 334건에서 4월 530건으로 58.7% 증가했다. 서초구가 63.5% 급증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61.9%, 55.5% 올랐다. 25개 자치구 중 비아파트 매매가 50% 넘게 급등한 곳은 강남 3구 외에 영등포구(130%), 중구(64.71%), 종로구(51.79%), 동대문구(51.11%)뿐이다.
2022년 7월 비아파트 매매 비중이 전체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단독주택이나 빌라 매매가 인기를 끌었지만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졌다. 전세사기가 만연하면서 아파트 선호가 강해지고 재개발 물건 가격도 급등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비아파트 매매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3월 24일 강남 3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아파트 매수시 실거주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현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아파트 대신 비아파트를 찾게 된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실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이 낮은 비아파트로 눈을 돌린 영향도 있다. 아파트 매매가나 전·월세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자 자녀 교육 등을 위해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 안팎으로 서울 전체(2.29%)의 2.6배에 달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빌라가 밀집된 대치동이나 일원동 등은 학군지를 찾는 실수요가 있는 지역”이라며 “공급이 부족하고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대체재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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