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인가”
부모를 잃고 고모와 함께 사는 소년 엘리오는 영화의 처음과 후반부에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오’를 끝까지 관람하고 나면 관객들은 소년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 대가 없이 아끼고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말이다.
‘엘리오’는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으로 외계 행성, 외계인들이 등장하지만 낯선 모습이 아니라 따뜻하고 애틋한 정서를 맑고 투명한 수채화처럼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동글동글한 캐릭터에 채도를 낮추고 맑은 색감을 더해 아날로그적 감성과 추억을 소환한다.
엘리오는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를 바라는 독특한 소년이다. 엘리오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욱 외로워지고 친구가 없는 그를 고모는 늘 걱정한다. 그러던 중 엘리오는 소원대로 외계인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는 너무 다른 글로든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생애 첫 친구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도 잠시 그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위기에도 엘리오와 글로든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결되는 진심을 만나고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전하는 애틋함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다. 엘리오가 진정한 연결을 느낄 때 흐르는 눈물은 그 자체가 힐링이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감수성이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연결되는 세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에게서 오히려 멀어진다. ‘엘리오’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외계라는 세상으로 표현하고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외로움과 고독감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데 이는 감독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도미 시 감독은 “저뿐 아니라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 아드리안 몰리나 감독 모두 어린 시절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특히 몰리나 감독이 군 기지에서 예술적 감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며 겪은 외로움이 ‘엘리오’의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토론토에서 자랄 당시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유일한 학생으로 외로움을 느꼈고 ‘언제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바랐던 마음이 엘리오가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를 기대하는 장면에 투영됐다”며 “이런 감정은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겪는 고민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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