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뒤흔든 가운데 메이저리그 구단 LA 다저스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다저스 경기장의 주차장 진입 요청을 거부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민 단속 작전에 대한 다저스의 첫 공개 반대 입장이다.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저스는 이날 구단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침 ICE 요원들이 스타디움 주차장 진입을 요청했으나, 구단은 이를 거부했다”며 “오늘 밤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LA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과 이에 따른 시민 반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 병력 투입 지시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다저스는 그간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지역 팬들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프로축구 클럽 LAFC와 엔젤 시티 FC는 이민자들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지만, 다른 LA 스포츠 구단들은 논평을 자제해왔다.
다저스의 발표에 대해 국토안보부는 ‘관세국경보호청(CBP) 차량들이 주차장을 잠시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CBP 차량들이 어떤 작전이나 단속과 관련 없이 스타디움 주차장을 아주 잠깐 이용했을 뿐”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현지 매체들을 통해 다저스타디움 현장에 연방 요원들이 있다는 보도가 확산하면서 팬들은 이날 저녁 경기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고,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대 일부가 경기장 앞에 몰려들어 ICE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MSNBC는 이날 구장 인근에서 ICE 요원들과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대치 영상을 내보냈다. LA타임스 영상에는 시위대들이 “다저스는 어디 있냐”라고 외치며 구단의 공개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모습이 담겼다.
LA의 문화적 상징인 다저스는 히스패닉계 팬층이 두터운 구단이다. 1980년대 멕시코 출신의 전설적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일으킨 ‘페르난도마니아’ 열풍 이후 라틴 팬층이 팀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거의 2주간 단속 작전에 침묵을 지켜온 다저스는 19일 이민자 공동체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LA타임스가 구단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단의 입장 발표에 앞서 다저스의 인기 선수인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엔리케 에르난데스는 최근 “우리의 커뮤니티가 침해당하고, 학대받고, 찢기는 것을 견딜 수 없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이후 18일 밤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관중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지난 15일에는 라틴 팝 가수인 네자(Nezza)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시작 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미 국가를 불러 행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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