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6%)를 웃도는 수치로, 2023년 1월(4.2%)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식료품 가격 급등이 꼽힌다. 특히 쌀 값은 전년 대비 102%나 폭등했다. 서비스 물가 역시 1.4% 상승해 전달(1.3%)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을 점차 가격에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물가 지표는 오는 7월 20일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최근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 대상 현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야당은 이에 맞서 소비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사이토 타로 NLI 리서치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쌀값 급등이 다른 식품군에도 영향을 미치며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며 “이번 CPI 수치는 다음 달 선거에서 인플레이션이 핵심 의제가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 둔화 우려 속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도 정책 금리를 0.5% 유지해 3회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치(2%)를 초과하는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7월 정책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무라 타로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는 일본은행이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 관세가 성장에 미칠 우려보다는 물가 압력이 더 우선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은행 내부에선 ‘수입물가와 쌀값 상승 등은 일시적일 수 있으며, 향후 물가상승률이 다시 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일본 물가에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일본 식품기업들은 전년보다 세 배 많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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