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통합하면서 새로 만든 ‘표준 운영 매뉴얼’에 성소수자 관련 용어를 삭제하는 지침을 만들어 논란이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 결과’를 공지하고 앞으로 센터에서 성교육을 진행할 때 사용을 지양하거나 변경해야 할 용어 목록을 제시했다.
시는 먼저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를 교육 현장에서 다루지 않도록 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성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발달은 물론 인간관계, 윤리, 성평등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교육을 의미한다. ‘섹슈얼리티’는 성적 감정, 욕망, 행동, 정체성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국내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이 같은 개념이 조기 성애화를 유도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해왔다.
시는 이외에도 ‘연애’는 ‘이성교제’로, ‘포궁’은 ‘자궁’으로,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바꾸는 등 표현 수정을 지시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접수된 민원이 많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열린 회의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서울시 주도에 따라 처음 나온 매뉴얼로 확정됐다.
현장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왔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매뉴얼 내용이 그동안 보수 개신교계에서 주장해온 프레임과 동일하다”며 “서울시는 TF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자체를 반동성애 성향의 단체가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전·세종 지역의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차별금지법과 청소년인권조례에 반대한 단체인 넥스트클럽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이 단체는 현재 리박스쿨과의 연관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 이번 TF 회의에도 반동성애 성향 인사가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선 1·2차 회의에는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 3명이 참석했으나, 3차 회의에서는 새로운 인물 3명이 추가됐다. 그중 한 명이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DNA를 가지고 있어 남성은 파란색, 여성은 빨간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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