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 인류는 불과 3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 1.5도 이내’라는 국제 기후목표선을 넘어설 것이란 심각한 경고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저자 등 과학자 60여 명이 참여한 ‘지구 기후 변화 지표’(IGCC)는 19일 국제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SSD)에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2023년부터 시작된 연례 점검 성격의 기후 지표 프로젝트로 IPCC의 5년 주기 보고서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초를 기준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전 세계 ‘탄소예산’은 1300억 톤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예산이란 특정 온도 상승 한계 내에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뜻한다.
이는 2021년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5000억 톤보다 70% 이상 줄어든 수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40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남은 탄소예산은 약 3년 안에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피어스 포스터 영국 리즈대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는 현실은 인류가 명백히 기후위기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기후 영향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2024년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았다고 밝혔다. 그중 1.36도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영향이었다. 연구진은 전 세계를 강타한 폭염이 있었던 지난해를 “놀라울 정도로 이례적”이라 평가하며 인간의 영향과 자연적 기후 변동이 겹쳐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파리기후협정이 설정한 1.5도 목표는 단일 연도가 아닌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만큼 작년의 급격한 기온 상승만으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경로대로 가면 파리협정 목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지체 없는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올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도 이례적인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지난 5월 “기후변화에 고수온, 상층 고기압 정체 현상이 겹치면서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예년보다 더 길고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상청 역시 이번 여름철(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6월 기온은 평년(21.1∼21.7도)보다 높을 확률이 40%, 7월(24.0∼25.2도)과 8월(24.6∼25.6도)은 각각 50%다. 유럽과 미국 등 11개국의 474개 기후예측모델을 평균한 결과에서도 6월 58%, 7월 64%, 8월 71% 확률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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