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노숙도 '욕받이' 택시운전도…이 악물고 버텼죠"

■인천 ‘택시왕’ 김복태 동일운수·검단교통 회장

가난 싫어 상경 걸인·구두닦이 생활

전역후 택시 몰아 운수회사까지 인수

포기 안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열매

'사람이 우선' 경영철학, 정년 없애

남원서 출산 지원…사회 도움주고파

김복태 동일운수·검단교통 회장이 초등학교 졸업 후 무일푼으로 상경해 노숙하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천=성형주 기자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면서 노력하면 열매는 반드시 열립니다.”

김복태 동일운수·검단교통 회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80년을 산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한 걸음 한 걸음이 고난이었고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해온 김 회장은 자신의 삶을 담은 자서전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를 최근 펴냈다. 구두닦이 소년에서 ‘인천의 택시왕’으로 불리기까지 가난과 고난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걸어온 김 회장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기가 아닌 포기하지 않는 삶의 일대기다.

1945년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단신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가난이 너무 싫어 고향을 떠났는데 가진 것 하나 없이 서울역 앞 노숙으로 시작한 청소년기의 삶은 그 자체가 절망의 연속이었다”며 “기술도 없고 돈도 없이 상경한 서울에서 걸인처럼 밥을 얻어먹으면서 생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렇게 살려고 서울에 온 게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이며 포기하지 않았다.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처음 접하게 된 일자리가 구두닦이였다. 손님들의 구두를 수거해오는 일명 ‘찍새’로 취업을 했다. 이때 한 손님을 만나면서 ‘기술’이라는 것을 익히게 됐다. 김 회장은 “당시에는 찍새들이 다방을 돌면서 구두를 수거해왔는데 그 다방을 자주 오던 한 손님이 나를 좋게 봤는지 ‘다른 일을 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며 “그래서 그 손님을 따라갔는데 양복점 주인이었다. 그곳에서 양복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인정받으면서 노숙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고 허름한 전세방 생활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택시 업계에 몸을 담게 된 것은 군대 전역 후부터였다. 군대에서 운전병이었던 경험을 살려 택시 기사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택시 운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 회장은 “택시 운전 초기 서울 지리를 잘 모르니 손님한테 길을 묻고 욕도 많이 먹었다”며 “그런데 그 욕도 밥값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김복태 동일운수·검단교통 회장이 인터뷰를 마친 후 택시 운전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성형주 기자


그는 1983년 삼우운수를 시작으로 1993년 동일운수, 2003년 검단교통을 잇따라 인수하며 운수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나갔다. 경영 철학은 단순했다. 바로 ‘사람이 중요하다’다. 그 철학은 무료 사내 식당 운영, 전 직원 야유회 개최, 직원 자녀 장학금 지급으로 구체화됐다. 김 회장은 “내가 과거에 잘 못 먹었으니 직원들 만큼은 식사비라도 덜 걱정하게 하고 싶었다”며 “또 내가 못 배웠으니 직원 자녀의 학비 부담이라도 줄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때는 중고교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무상교육으로 장학금 제도는 사실상 없어졌지만 그의 마음은 그대로다. 정년이 없는 회사 방침이 그 연장선이다. 실제로 동일운수와 검단교통에는 70세 이상 기사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는 “80세가 넘은 나도 일을 하고 있으니 우리 직원들 역시 안전 운전만 가능하다면 나이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평균 수명은 100세를 향해 가고 있지만 직장인 평균 정년은 아직도 60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할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는 정년을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요즘도 인천 지역의 택시·버스 기사들은 김 회장의 회사에서 모집 공고가 나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고향 발전과 사회 활동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남원 운봉읍에 ‘아이키움재단’을 설립해 지역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1인당 500만 원씩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까지 7명의 신생아에게 500만 원씩 지급했는데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 이 사업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봉사 활동 등 사회적 사업에 힘을 보태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