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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로 타협 끌어냈지만…실제 종전까지는 '험로'[이스라엘·이란 휴전]

■'12일 전쟁' 불안한 봉합

중동 집중하다 中 놓친 美 적극 중재

이란, 정권붕괴 위기감에 결국 백기

이, 하루 3400억 아이언돔 부담 커

휴전 후에도 양측 공습…사상자 속출

우라늄 숨긴 이란 핵포기도 안할 듯

2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에 있는 한 건물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전격 동의한 것은 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소모전으로 치달으면서 천문학적인 방공망 비용이 부담이었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이후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정권 교체 위기감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미국 역시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란 핵 시설을 타격했지만 자칫 끝없는 전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단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던 이란 핵무기 개발 역량이 미국의 공습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이번 전쟁의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전쟁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소모전에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이어갈 경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에 이란과의 전쟁은 매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며 특히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BBC에 따르면 아이언돔은 하룻밤 운영하는 데 2억 5000만 달러(약 3400억 원)가 든다. 20개월 이상 이어진 전쟁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휴전으로 선회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란은 더욱 절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반격에 나섰다가는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초강수 카드 대신 미군 기지에 사전 통보 후 상징적인 공격만 가함으로써 사실상 휴전 의사를 먼저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중동 내 우군들이 힘을 잃은 것도 휴전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 역시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년), 이라크 전쟁(2003~2011년)을 벌이며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고 중국의 부상을 방관하는 뼈아픈 실책을 범한 역사가 있는 만큼 조기 봉합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대화해 휴전을 중재했고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이란 측과 직간접적인 휴전 대화를 가졌다고 전했다. 전쟁 장기화를 꺼린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로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했고 이스라엘·이란 모두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동의했지만 실제 총성이 멎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이후 이스라엘 측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이란 측도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휴전을 위반했다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고 이란 측은 부인했다. 24시간이라는 산을 넘어도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로 떠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란)은 그것(휴전 합의)을 위반했고 이스라엘도 위반했다”며 “(이란의) 정권 교체는 혼돈을 수반하며 우리는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리고 이스라엘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지 마라”며 “조종사들을 복귀시켜라”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순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약 400㎏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탄두 9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순도를 9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은 이번 공습 이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탄두 제조를 위한 장비는 파괴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핵이 정권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중동 부문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위협을 제거하려 했지만 이제는 이란이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였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이스라엘 정보 당국에 포착되면 양측은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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