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젊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한 달에 두세 명은 청첩장을 들고 인사를 온다. 업무 보고 때의 긴장한 모습과는 다른 밝은 표정을 마주하면 집무실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앞둔 기대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잠시 덕담을 나누다 보면 결혼식 준비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로 묶여 항목별 금액을 알기 힘든 불투명한 가격 구조, 과도한 위약금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옵션으로 인한 추가 비용의 문제를 우리 직원들도 경험하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공개한 ‘2024년 소비자지향성평가’에서 결혼 서비스 시장이 40개 소비 시장 중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도 다르지 않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 중 85.4%는 가격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83.2%는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 부담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67.5%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가격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도가 낮은 시장에서는 거래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 현안인 저출생 문제 완화와 청년 정책을 논할 때마다 결혼 서비스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올해 처음으로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결혼식장 370개, 결혼 준비 대행 업체 152개를 방문 면접 조사한 결과 지역·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가격과 항목별·옵션별 들쭉날쭉한 가격 현황이 잘 드러났다.
예를 들어 결혼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가 포함된 결혼 서비스의 총계약 금액은 전국 평균 2101만 원이었는데, 가장 높은 서울 강남은 3409만 원으로 가장 낮은 경상도의 1209만 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결혼식장의 중간 가격은 1555만 원이었는데 서울 강남이 3130만 원으로 부산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기준 식대의 경우 중간 가격은 5만 8000원이었고 서울 강남이 8만 5000원으로 경상도보다 약 두 배 많았다. 스드메 서비스별 기본 가격도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지역 간 가격 차이가 작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했지만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금액 정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소비자원은 앞으로도 매월 지역별 가격을 조사해 격월 단위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품 구성이 복잡하고 선택 옵션이 다양하다 보니 이러한 조사를 통한 정보 제공에도 한계가 있다. 더 좋은 해법은 업체가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결혼 서비스 업체의 자율적인 가격 공개를 유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편 결혼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아름답게 기념하고 싶은 마음을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는 없다. 다만 남들의 눈에 보이기 위한 아름다움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어린 왕자’가 말했듯이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보이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과감히 줄이고 신랑·신부와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할 수 있는 결혼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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