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사회주의자’로 평가 받는 한 정치 신성의 등장에 월가와 지역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34세의 정치인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그가 주택 임대료 동결, 무상 버스 요금 등의 공약을 바탕으로 민주당 뉴욕시장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깜짝 승리하자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뉴욕 탈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들은 맘다니 후보가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월가가 공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뉴욕시 전역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맘다니 의원은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약 10%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그는 11월 뉴욕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현직인 에릭 애덤스 시장과 경쟁하게 된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뉴욕 재계와 월가는 즉각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WSJ는 지역 기업 경영진들이 서로 수 차례 비공개 통화를 통해 그의 낙선을 위해 약 2000만 달러를 모금해 외부 단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투자회사 허드슨베이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샌더 거버는 “170명의 직원 중 일부로부터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맘다니의 당선 시 월가 금융기업이 플로리다주로 이주하는 추세와 맞물려 뉴욕 이탈 기업이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맨해튼에서 헤지펀드인 에미넌스 캐피털을 운영하는 리키 샌들러는 “만약 맘다니가 시장에 당선될 경우 사업체와 가족을 뉴욕 밖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맘다니 의원이 고액 납세자와 고용주에 불리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맘다니 의원은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민간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동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무상 보육 △시립 소매점 설립을 통한 식료품 가격 인하 △무상 버스 등을 공약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100만 달러 이상 소득자의 세금 인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터스크 벤처스의 CEO인 브래들리 터스크는 “사회주의자인 지도자가 정부 혜택과 세금 인상, 대규모 반자본주의 캠페인을 시행한다면 일반적으로 시장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뉴욕도 한때 매우 번영했던 도시들인 디트로이트나 볼티모어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맘다니의 아이디어는 심지어 같은 당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반대하고 있다. 호컬 주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 문제는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맘다니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맘다니가 당선 될 경우 뉴욕 내 반 유대주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월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맘다니 의원은 인도계 무슬림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미 컬럼비아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2021년 뉴욕 퀸즈에서 주의원에 당선됐다.
애초 맘다니의 예비선거 승리를 점친 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월가의 당혹감을 키웠다. 예측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한 달 전인 5월 27일까지만 해도 맘다니의 경쟁 상대였던 쿠오모 전 지사의 승률이 92.5%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선일이 다가 올 수록 쿠오모 전 주지사의 친 이스라엘 성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맘다니 지지로 돌아서고, 20~30대 젊은 세대가 맘다니의 공약을 지지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맘다니 의원을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드디어 민주당이 선을 넘어 맘다니라는 100% 공산주의 광인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이겼다”면서 “이전에도 급진 좌파들을 겪어봤지만 이번 일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헤지펀드 코아튀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필립 라퐁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좌파였던)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재계가 반대했던 정책을 수용했던 것처럼) 뉴욕시가 계속 번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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