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₂)를 메탄올로 바꾸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CO₂를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 교수팀은 성균관대학교 김종순 교수팀, 연세대학교 손 알로이시우스 교수팀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메탄올로 바꾸는 구리 촉매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메탄올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의 기초 화학제품 원료이자, 액체 상태로 저장·운반이 쉬워 최근에는 수소 저장운반체, 연료전지 원료 등 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는 물질이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메탄올을 생산하면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지만, 반응 과정에서 수소 같은 물질이 섞여나오는 탓에 정제 공정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구리 촉매는 부산물이 아닌 메탄올만 잘 골라서 만들 수 있다. 목표물만 골라 만드는 성능인 메탄올 선택도는 구리 기반 촉매 중 가장 높은 최대 70%를 기록했으며, 고가의 귀금속 촉매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일반적인 구리 촉매의 선택도는 10~30% 수준에 머문다.
이 촉매는 구리 피로인산염(Cu₂P₂O₇) 나노 영역과 순수 구리 금속 영역이 마치 퍼즐처럼 꼭 맞는 조합을 이루는 밀착 구조다. 이 구조 덕분에서 수소가 만들어지는 경쟁 반응이 억제되고 메탄올만을 선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정교한 복합 구조를 만들기 어렵지만, 연구팀은 리튬배터리의 방전 원리를 활용해 이를 손쉽게 만들었다. 배터리 방전처럼 전극 재료에 전류를 흘려주면, 전극에 포함된 구리 피로인산염 일부가 순수 구리로 환원되며 두 물질이 한 입자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복합 구조가 형성된다. 촉매를 제외한 전극 물질 등은 물로 씻어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또 이 반응이 기존에 알려진 방식과는 다른 경로를 따른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이다. 보통은 일산화탄소 (CO)를 거쳐 메탄올이 만들어지는데, 이 촉매는 포름산(HCOOH)을 먼저 만들고 이를 다시 메탄올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메탄올 합성 촉매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탄올 합성 경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도 의미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류정기 교수는 “메탄올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천만 톤 이상 소비되는 중요한 산업 원료이자 에너지원”이라며 “값싼 구리로 높은 선택성과 전류밀도를 확보한 이 촉매 기술은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곧바로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탄소 자원화’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류 교수는 이어 “배터리 방전 원리를 활용해 촉매를 손쉽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며 “향후 전극의 대면적화와 시스템 통합을 통해 실제 공정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현우 박사, 박수환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이지회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연세대 이상섭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참여했다.
우수성과 연구 파급효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 저널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5월 20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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