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2018년 9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 규제를 빗겨난 성동구와 마포구는 집계 이래 최고치까지 올랐다. 서울 전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조만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추가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26일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 상승 폭은 일주일 새 0.36%에서 0.43%로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초 상승 전환 이후 2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19일에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로도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기를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수문의가 증가하고 매도 희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상승 거래 사례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0.75→0.84%), 서초구(0.65→0.77%), 송파구(0.70→0.88%) 등 강남 3구는 전주보다 상승 폭을 더욱 키웠다. 3개 자치구 모두 2018년 1월 넷째 주(서초구 0.78%·강남구 0.93%·송파구 0.67%)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강남 3구는 3월 24일부터 용산구와 함께 토허구역으로 묶였지만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강변 성동구(0.76→0.99%)와 마포구(0.66→0.98%) 상승 폭은 1%에 육박하며 2012년 5월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정비사업 본격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두 지역이 다음 토허구역 지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요자들이 서둘러 매매에 나선 결과다.
광진구(0.42→0.59%)도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동구(0.69→0.74%)와 동작구(0.49→0.53%)도 오름폭이 크게 뛰면서 2018년 9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밖에 용산구(0.61→0.74%), 양천구(0.38→0.47%), 영등포(0.33→0.48%) 등 다른 한강변 자치구들 상승 폭도 확대됐다.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한강변을 중심으로 막차 수요가 집중되면서 ‘한강 벨트’ 선호 지역에서 매매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3구는 토허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가 있는 데다 이미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강남과 인접한 한강변 매수세가 강해진 것이다. 경기에서도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시(0.48→0.47%), 성남시(0.44→0.49%)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수세는 한강변을 넘어 서울 외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와 함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금리 인하로 돈이 풀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노원구(0.12→0.12%) △은평구(0.14→0.14%) △강서구(0.14→0.15%) △관악구(0.07→0.14%) △구로구(0.09→0.14%) △강북구(0.04→0.16%) 등이 모두 0.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토허구역 확대 지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거론되는 지역으로 역대급 상승세를 보이는 성동·마포구 등이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토허구역 재지정 당시 성동·마포구 등 몇몇 자치구는 6개월 정도 살펴 풍선효과 발생 시 조치할 수 있게 여지를 뒀다”며 “성동구 부동산값이 빠르게 올라 상당한 긴장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관망하던 정부 역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 확대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하반기 추경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어 정부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늦지 않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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