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012030)그룹이 이수광 전 DB손해보험(005830) 사장을 신임 회장에 선임하며 5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복귀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와 인공지능(AI) 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DB그룹에 따르면 이 신임 회장은 1944년생으로 전주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거쳐 1979년 DB그룹에 합류했다. 동부고속과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쳤으며 특히 DB손해보험의 고효율·고수익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부터 이 회장이 맡고 있는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직은 겸임하기로 했다.
DB그룹 관계자는 “통상 갈등과 산업구조 변동,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DB그룹은 2022년 말 그룹 사업구조를 보험·금융·제조 서비스 등 3개로 개편하고 해당 사업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전문경영인들이 각 사업 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는 체제를 출범시켰다. DB그룹은 이 회장을 중심으로 김정남 보험사업그룹장과 고원종 금융사업그룹장, 이재형 제조서비스그룹장이 각각 △해외 보험 시장 진출 확대 △금융 부문 대형화 △제조 서비스 부문 신성장 동력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다.
2020년 7월부터 5년간 그룹 회장직을 수행했던 김남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김 명예회장은 그룹 비전과 발전의 큰 틀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DB그룹은 김준기 창업주 회장 체제에서 2017년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새 회장으로 부임하며 전문경영인으로 리더십을 교체한 바 있다. 이후 창업주의 장남인 김 명예회장을 거쳐 다시 이 회장으로 총수 일가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가며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1975년생으로 50대인 점을 고려할 때 추후 회장직에 다시 올라 총수 경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DB그룹은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돌아가며 경영을 맡는 일본 도요타 사례처럼 자율·책임 경영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DB그룹 제조서비스부문 지주사인 DB의 최대주주는 김 명예회장으로 16.83%를 보유 중이며 김 창업회장이 15.91%, 김 명예회장의 누나 김주원 부회장이 9.87%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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