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즘 야구에 돈만 쓰나요? 진짜 야구팬들은 야구로 돈 법니다.”
한국프로야구(KBO) 사상 최단 기간 1000만 관중 돌파를 앞두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야구로 돈까지 버는’ 팬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특정 팀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현금성 혜택이나 금융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재테크형 덕질’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의 ‘도전! 최다승 예측’ 이벤트다. 응원하는 팀이 2주 동안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두면, 해당 팀에 투표한 전원에게 4만 원 상당의 쏘카 대여료 할인 쿠폰이 지급된다. 쿠폰은 잠실, 고척, 대전, 부산 등 전국 주요 야구장 인근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벤트는 정규시즌 종료까지 매달 전반기와 후반기 1회씩 총 13회 진행되며, 투표에 참여만 해도 쏘카 앱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 등이 지급돼 팬들 사이에서 “꽤 쏠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최대 5000만원의 상금에 도전할 수 있는 포털 다음의 ‘비더레전드’ 이벤트도 있다. 경기 당일 10개 구단 중 안타를 칠 타자 한 명을 골라 투표하고, 40경기 연속 예측에 성공하면 총상금 5000만 원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도전자는 많지만 현재까지 성공자는 ‘0’명으로, 오히려 높은 난이도가 팬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종료 시까지 매일 열리며, 투표는 경기일 새벽 2시부터 경기 시작 10분 전까지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도 야구 팬심을 겨냥한 상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쏠야구 플러스’는 예적금 가입, 모임통장 개설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 경기 입장권 추첨에 응모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BNK부산은행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 승리 여부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승리 기원 적금’을 선보였고, 출시 한 달도 안 돼 조기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광주은행 역시 기아타이거즈의 성적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는 예·적금 상품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팬들은 이제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로서의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 응원만 하던 시대를 지나, 팀 성적을 예측하거나 팬심을 금융 상품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야구에 돈만 쓰는 하수’에서, ‘야구로 돈을 버는 고수’로의 전환이 현실이 된 셈이다.
KBO리그의 인기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 6월 중순 기준 역대 최소 경기 수인 350경기 만에 관중 60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해보다 68경기 빠른 속도로 1000만 관중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전년 대비 약 17% 증가했고, 6월 17일까지 치러진 경기의 절반 가까이가 매진됐다.
야구 관련 소비도 폭증했다. SPC삼립의 ‘크보(KBO)빵’은 생산 중단 전까지 출시 41일 만에 1000만 봉지를 판매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갔고,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는 올해 1~5월 야구 관련 굿즈 거래액이 전년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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