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가족의 추억을 묻은 ‘타임캡슐’이 관리 부실로 훼손된 뒤 참가자 동의나 사전 연락 없이 소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는 “개인 재산을 무단 손괴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에 20년 넘게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05년 서구 가좌이음숲공원 준공 기념 행사에서 가족이 묻은 ‘20년 타임캡슐’이 오염을 이유로 소각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행사에서 10년·20년 기한의 타임캡슐을 운영하며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넣도록 안내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 가족은 10년 캡슐에 장난감·편지·사진이 든 열쇠고리를, 20년 캡슐에는 아버지가 군 복무 시절 월급으로 어머니에게 선물한 은반지와 편지를 넣었다. 접수증에는 ‘캡슐(100cc 유리병) 2개’와 ‘개봉(10년후·20년후) 이전 반환 불가’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2005년으로 10년이 지난 2015년, A씨는 10년 타임캡슐을 무사히 돌려받았다. 이후 A씨는 연락처가 변경될 때마다 서구 측에 알리고 20년 개봉 시 연락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예정된 20년 캡슐 개봉과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고, 이달 5일 ‘빗물 누수와 나프탈렌 유독물질 판정으로 소각했다’는 보도를 통해서야 사실을 인지했다. 서구청에 문의하자 “소각했다. 죄송하다”는 답변과 함께 “행사 취지가 편지였기 때문에 반지 보상은 어렵다”는 통보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가 서구청에 문의한 결과, 서구청 관계자는 “가좌이음숲공원 조성을 기념해 공원 부지에 매설한 타임캡슐을 20년 뒤 개봉하는 행사였고, 2005년 행사 제목이 ‘나의목표 타임캡슐’인 만큼 목표를 기록한 편지 중심으로 접수하도록 고지했다”며 “당시 ‘편지만 넣으라’고 안내했는데 A씨가 잘못 기억했을 수 있다. 목표가 물건이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올해 5월 발굴 과정에서 훼손을 발견해 예산을 들여 복원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판명돼 7월 29일 소각했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참가자가 많아 개별 연락은 어려웠다”고 했다.
또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사유재산에 대해 기관이 책임지기 어려워 별도 보상 체계가 없다”면서 “2015년 서구 인구 50만 명 돌파 기념 ‘1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타임캡슐은 청사 1층에 별도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편지였더라도 동의 없이 소각했다면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며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등)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형사 책임 성립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빈 변호사는 “재물손괴죄의 핵심은 고의성”이라며 “서구청 설명대로 ‘편지만 접수’가 원칙이었고 담당자가 타임캡슐에 반지가 들어있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고의 인정이 어려워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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