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의 '노골적 기업 챙기기'가 부럽다[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트럼프, 테크기업 과세 이유로 加와 협상 중단

G7과 글로벌 최저한세 '美는 예외' 합의

與, 상법개정안 강행·반도체 52시간 예외 불분명

"기업, 글로벌 경쟁 지원" 李대통령, 행동 보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놓고 ‘혼돈’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온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달 27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9월 1일까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호관세 유예(7월 8일까지) 연장을 시사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관세를 일방적으로 설정해 통보할 것”이라며 시한의 자동 연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자고 나면 바뀐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서도 일관되게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미국 기업 챙기기’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이유로 캐나다가 미국 테크 기업에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것을 들었다. 이 세금은 매출 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인 테크 기업에 캐나다 관련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물리는 것이다. 2022년부터 소급 적용돼 메타·아마존·구글·애플·에어비앤비 등은 7월 말까지 20억 달러(약 2조 730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국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역 협상까지 지렛대로 내걸고 직접 발로 뛰고 있는 셈이다.

최근 50% 철강 관세 부과 목록에 세탁기·건조기·냉장고 등을 추가한 것도 단적인 예다. 미국 가전 업체들이 외국산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미국 정부에 민원을 넣은 것을 미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로, 역시 노골적인 미국 기업 밀어주기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미국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7월 1일부터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로부터 25% 관세 적용이 필요한 부품 목록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이미 엔진·변속기·타이어 등에 관세가 적용 중인 상황에서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취지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이 줄며 미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는 물론 미국에서 한국산 부품을 들여와 완성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기업에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주요 7개국(G7) 간 합의를 이뤄낸 것은 특히 전형적인 미국 기업 우선주의다.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령 해외 자회사에서 10%의 세율만 부담하는 기업은 해당 나라나 본사가 있는 국가에 나머지 5%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기업은 G7에서 사업을 할 때 이 같은 추가 세율을 부담하지 않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미국 기업과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애플·구글·테슬라 등은 낮아진 세금 부담으로 공격적인 미래 투자를 할 수 있다. 또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폭탄을 맞으며 주춤한 사이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가전 업체들은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우리도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할 상황이지만 여당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의결할 방침이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반도체 부문에서는 주52시간제를 예외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특별법에 이를 포함할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