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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들 노하우 듣자”…라오스 보건부 차관도 참석

■내시경학회 ‘라오스 워크숍’ 가보니

최신 내시경 시술·진단법 등 전수

현지 의사들 “고퀄리티 강의 감동”

박종재(오른쪽) 이사장을 포함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교수들이 28일 라오스 비엔티안 소재 마호솟병원 관계자와 함께 내시경실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안경진 기자




28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중심부에 위치한 마호솟 병원 강당. 주말 이른 아침부터 강의를 들으러 온 현지 의료진 30여 명이 빼곡히 모여 앉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이날 아시아 의료 취약국 중 하나인 라오스에서 첫 공식 워크숍을 열고 최신 내시경 시술기법, 진단법 등을 전수했다. 한국에서 온 베테랑 의사들이 내시경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소화기내과 의사 출신인 파이반 케오파서 라오스 보건부 차관이 직접 행사장을 찾았다. 현지 의학계 원로인 부아찬 라사차크 라오스소화기학회 회장은 “라오스 전역에서 소화기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의사는 20명 남짓뿐”이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박종재(가운데) 이사장을 포함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교수들이 라오스 비엔티안 소재 마호솟병원 관계자와 함께 내시경실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안경진 기자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의료 인프라의 대부분을 공공이 담당한다. 의료환경이 열악하고 늘어나는 진료 수요 대비 공급이 딸려 자국 환자의 해외 유출이 심하다. 현지 유일의 의대인 라오스보건과학대는 부속병원은커녕 전공의 수련체계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전체 졸업생의 10% 정도만 이 병원에서 6개월가량 수련받을 기회가 주어지고, 나머지는 곧장 진료 현장에 투입된다. 1903년 지어진 마호솟병원은 중국 상무부의 지원으로 6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증축하고 내시경장비를 갖췄지만 단순 위·대장 내시경 검진 정도만 소화할 뿐, 고난도 시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비엔티안 주민들조차 가벼운 소화기질환이 발병하면 태국으로 넘어가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28일 라오스 비엔티안 소재 마호솟병원에서 열린 한국-라오스 소화기내시경 워크숍에서 파이반 케오파서(가운데) 라오스 보건부 차관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안경진 기자




이 병원의 소화기내과 의사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 장비를 들여놨는데 시술할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ERCP는 내시경과 X선을 활용해 췌장과 담관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술이다. 담석·종양·협착 등으로 인해 췌관 또는 담관이 막히거나 좁아졌을 때 시도할 수 있다. 초음파내시경은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 장비만 들여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워크숍 진행을 맡은 소화기내시경학회 교수진은 예상보다 열악한 상황을 인지한 뒤 강의 커리큘럼을 대폭 바꿨다. 당초 내시경 라이브 시연을 계획했으나 눈높이에 맞는 기초교육을 제공한 것이다. 강의마다 질문에 열을 올리던 한 참석자는 “이 정도 퀄리티의 강의는 처음 접했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매달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 라오스 비엔티안 소재 마호솟병원 강당에서 열린 한국-라오스 소화기내시경워크숍에 참석한 현지 의사들이 이성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부회장(강원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안경진 기자


양국 의료 협력이 성사된 배경엔 서울대병원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염병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의사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간파한 이승환 임상약리학과 교수가 학회 측에 도움을 청하자 선뜻 승낙했다고 한다. 박종재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주말 개인 시간을 할애해 라오스를 방문한 데 대해 “의료 취약국에 대한 사회적 책임 또한 전문학회의 도리”라며 “첫 방문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라오스 측의 따뜻한 환대와 매끄러운 진행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워크숍은 내시경 시술기법 전수를 넘어 라오스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이사장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의료 인력 양성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지속하며 라오스 내시경 분야의 자립적인 성장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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